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글은 앞서의 <이런 회사 어디 없소? 놀이와 일이 구분되지 않는!>의 후속편이 될 것 같다. 아니 뭐 후속보다는 연장선상이라고 해두자.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은 사회생활 동안 나는 짧은 기간을 제하고 직원으로만 녹을 받았고, 현재도 그렇다. 뭐 쉽게 말하자. 샐러리에 목맨 신세였단거다. '직장인은 위대하다'는 말이 있다. 맞다. 전쟁같은 먹고살기. 밥벌이의 지겨움. 직장인이 그냥 위대해지는 것,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이 자위이자 위무라는 것도 안다. 어디 지금-여기 대개의 직장인은 실업의 공포와 끊임없이 싸워야하고 자본의 흉포함에 고개를 수그리고 복종해야 한다. 성과를 내는데 골몰해야 하고, 어떻게 윗사람에게 처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짜증 지대로지.
사실, 많은 직장인들 아프다. 몸도 마음도. 직업에 따른 직업병 외에도 직장병을 갖고 있다. 최근 헤드헌터업체와 취업포털이 10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직장생활로 인해 만성적 질병을 앓게 됐다'는 응답자가 무려 63.2%(652명)였다.
☞ 직장인은 오늘도 아프다.
직장인들이 왜 이렇게 앓을까. 그런데도 그들은 왜 묵묵히 견딜까. 본디 놀기 위해 태어난 호모루덴스(Homo Ludens)가 직장이라는 틀에, 샐러리에 목구멍을 걸어야 하니 당연한 결과다. 견디기 힘든 것을 억지로 버티고 견디다 보니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을 재간이 있나. 아프냐, 나도 아프다...ㅠ.ㅠ
우연찮게 지난 토요일(28일)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를 봤다.
캬~ 한마디로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야마다 아키오 사장의 경영방식에 '유토피아 경영'이라는 레토릭을 붙여줬다. 야마다 사장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별 것 아니다. "사원들이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경영철학도 간단하다. "사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 된다. 회사는 사원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갈한다. "쉬어라. 일하지 마라. 미래를 준비하라!"
그가 사장으로 있는, 직원들이 주인인 '미라이 공업'의 고용풍경을 훑어보자.
전 직원 정규직
70세 정년, 종신고용, 정리해고 NO
업무목표 NO
연간 140일의 휴가(휴일 포함) + 개인 휴가
3년 간 육아휴직 보장
5년 마다 전 직원 해외여행
허허.
이른바 '노동유연성'을 주창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내가 생각하는 노동유연성의 주체는 '노동자'다. 어느 직업군으로든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회사가 노동유연성을 부르짖는건 마음 먹은대로 자르겠다는 심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구조조정을 당연시하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업무목표와 할당에 미치지 못하면 질책하거나 내치고,
무한경쟁과 성과제일주의에 입각해 인간을 재단하고,
휴가는 언감생심. 육아휴가? 법에 보장된 휴가도 눈치를 봐야만 하는,
대개의 '지금-여기'의 회사들에 익숙한 우리로선,
야마다 사장은 미친 넘. 미라이 공업은 미친 회사다.(그리고 절대 부러움이다.ㅠ.ㅠ)
미라이공업을 또 이렇다.
안티 성과주의.
경쟁적 인사제도의 무력화. (야마다 사장은 선풍기 바람이나 볼펜 던지기로 승진을 결정하는 기발한 '복걸복 인사제도'를 갖고 있었다.)
많이 놀게 하고 많이 벌게 해준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인센티브는 없고, 실적이 나빠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미라이 공업의 직원들은 논다. 목표는 그들이 정한다. 자기자신을 위해 회사와 소통한다.
직원들은 놀다가 문득 생각한다. '항상 생각한다'는 회사의 구호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추동한다. 사원들은 다양한 연간 1만여건의 아이디어를 낸단다. 시스템 개선에서 신제품 개발까지.
한 직원이 인터뷰에서 말하더라. "아침에 일어나 회사 오는게 너무 즐겁다."
이런 말, 당신은 해 본적이 있나. 있다면, 지금 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부럽다!
그런데 미라이 공업이 제대로 굴러가냐고? 일본 동종업계 시장점유율 1위란다. 마쓰시다(내쇼날 전기)를 제칠 정도로. 이 시대 경영기류와 정반대로 경영하는데 그렇단다. 그 도도하고 잘난 경영의 대가들은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구조조정의 귀재', '해결사'와 같은 별칭을 가진 냉혈한들은 콧방귀나 끼고 말겠지. 이들은 어쨌든 '회사를 살린'(!) 귀재들이니까. 그런 한편으로 '인간을 죽인'(!).
내가 보기엔 야마다 사장의 경영철학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사실 야마다 사장은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이 시대 많은 경영자들은 이를 알면서 모르는 척 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은게다. '기업 성장이 우선'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마음에 내면화돼 있는데 어찌 일개 직원들의 행복까지 챙기시랴! 기업이라는 이윤기계의 일개 부속품으로 전락한 지금-여기의 인간을 떠올리면, 야마다 사장은 뻥뻥 튀겨서 '야마다 올마이티'다.
그런 한편으로 야마다 사장은 고수다. 인간의 심리와 기저의 자발성을 안다. 인간의 본성이 '호모 루덴스'임도 아는 것이겠지. 아니 알고 모르건, 그건 중요치 않다. 그는 그저 '인간'과 함께 노니는 걸 즐기는 것일테지. 부속품, 소모품이 아닌 인간들과. 그의 어록을 보면 실감하겠지.
사원들을 놀게 하라”
“인간은 물건이 아니야 그러니 원가 절감은 옳지만 급료를 낮추는 것은 잘못된 것이야 .
인간은 코스트가 아니야”
“기업이 커져서 사원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나?
기업은 기업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을 위해 있는 거야”
“사원은 모두 같아, 선풍기를 불어 아무나 과장을 시켜도 다 잘해”
“노르마(업무 할당량) 따위는 필요 없어, 사원들은 알아서 다 해”
물론 보여진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소수겠지만 미라이 공업의 누군가는 불만이 있을 지도 모르고,
방송임을 감안하면 어떤 점에선 약간의 부풀린 점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과 회사에 대한 철학의 중요함이다.
인간은 호모 루덴스일때 빛이 난다.
어쩌면 미라이 공업 야마다 사장은 반체제 인사다.
이 시대에 너무 당연하고 공고하다고 여겨지는 (경영)체제에 반대되는,
반(경영)체제적인 (경영)철학을 가진.
'논다'고 하는 회사원으로서 터부시해야 할 것을,
미라이 공업에선 미덕으로 삼음으로써,
이 신자유주의 사회에 반기를 드는 행위를 한 건 아닐까.
야마다상은 다행이다. 한국에 없어서, 한국인이 아니라서.
그랬다면 아마 국가보안법에 의해 반체제인사로 끌려갔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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