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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자양분, 김광석

스윙보이 2008. 1. 6. 23:37
* 2년 전, 그러니까 광석형의 10주기에 되짚었던 그의 흔적.
2006년 현재, 후배 가수들에게도 김광석은 너무도 큰 자양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흘렀다. 김광석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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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아 숨쉬는 김광석

고인이 돼 이 세상에 없는 가수 김광석. 6일로 사망 10주기를 맞았다. 그를 향한 세상의 구애는 여전히 뜨겁다. 김광석은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통해 우리의 기억과 가슴에서 살아 숨쉰다.

그를 다시 불러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다름 아닌 ‘노래’를 부르는 행위다. 가수들은 리메이크나 추모앨범 등을 만들고 일반인들은 노래방에서 그의 노래를 부른다. ‘김광석 다시부르기’는 그렇게 현재진행형이다. 또 영화, 뮤지컬 등에서 김광석은 끊임없이 회자되면서 대중문화 자양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광석 다시부르기'는 계속 된다

지난해 김광석 다시부르기는 절정에 올랐다. 4명의 가수가 리메이크에 나섰던 것. 지난해 8월 가수 이소은이 자신의 4집 앨범에 김광석의 히트곡인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담았다. 이 곡은 당시 컬러링 차트 상위권에 올랐으며 라디오와 케이블TV 방송에서도 Top10의 자리에 들기도 했다. 조트리오도 앞서 이 곡을 리메이크한 바 있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도 김광석을 불러냈다. 지난해 7월 사석이나 콘서트장에서 불렀던 곡을 엄선해 내놓은 ‘18번’이라는 리메이크 앨범에서 싸이는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노찾사 출신의 가수 문진오도 같은 해 2월 솔로음반을 내면서 김광석의 ‘꽃’을 리메이크했다. 앞선 1월에는 나얼이 리메이크 음반 ‘back to the soul flight’에서 김광석이 몸 담았던 그룹 동물원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불렀다.

같은 달 나왔던 가수 김범수의 리메이크 앨범에도 당초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 실릴 뻔했다. 녹음까지 한 상태였지만 최종 곡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김범수는 이에 대해 “테크닉만으로 따라갈 수 없는 ‘김광석만이 가진 솔(영혼)’이 있다”는 표현을 했다.

앞선 해에도 JK 김동욱이 국내외 요절가수의 유작을 모은 리메이크 음반 ‘클래식’에 ‘서른 즈음에’를 수록했다. 또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포크그룹 ‘자전거를 탄 풍경’ 의 멤버 ‘풍경’(본명 송봉주)이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내면서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나무의 서’라는 곡을 넣었다. 이 곡은 원래 김광석에게 주려고 만들었다가 그의 사망 후 가수 안치환에게 줬고 다시 재편곡해 자신의 앨범에 넣었다. 풍경은 99년에 내놓은 1집에도 ‘일어서 하늘을 봐’라는 노래로 김광석을 추모했다.

가수 김경호가 2002년 초에 내놓은 라이브실황공연 앨범에는 ‘사랑했지만’이 들어있다. 가수 이은미도 2001년 ‘노스탤지어’라는 앨범에서 김광석이 남긴 음악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서른 즈음에’를 수록했으며 97년에는 가수 유익종이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면서 김광석이 동물원 시절 불렀던 ‘거리에서’를 담았다.

이 밖에 해외 가수의 리메이크도 있었다. 일본의 팝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는 지난 2002년 다섯 번째 음반을 내면서 ‘이등병의 편지’를 리메이크했다.

김광석의 노래 중 리메이크가 가장 많이 된 곡은 ‘서른 즈음에’다. 그 자신이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이라고 칭했던 4집(1994)에 수록된 이 곡은 서른에 도달한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머물러 있지 않은 채,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잊혀져가는 청춘과 사랑을 김광석은 노래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김광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의 대중음악 문법을 간직해 이후의 음악에 가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고 대중음악의 급격한 재편을 막는 완충 역할을 했다”며 “비판적 포크의 마지막 계승자로서 그의 노래는 사실성을 담보하고 상투성에서 벗어나 있었다. 리메이크는 그런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대중가요가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콘텐츠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음악이 갖는 의미는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그 이름만으로…

사후에 김광석의 노래는 리메이크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변주됐다. 미발표곡부터 추모·헌정 앨범, 프로젝트 밴드 등이 그의 흔적들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김광석 10주기 베스트 앨범이 나왔고 2002년에는 베스트, 라이브, 미발표곡을 모은 CD?DVD가 발매됐다. 앞선 해에는 사망 5주기를 맞아 김광석의 육성에 오케스트라 연주가 덧입혀진 ‘5TH-CLASSIC’과 권진원, 김건모, 동물원, 박학기, 윤도현 등 다른 가수들과 함께 노래한 듯 제작된 ‘김광석 Anthology 1’이 나왔다.

또 98년에는 김광석 1, 2집과 동물원 시절의 대표곡 등을 추린 ‘김광석 1+2’가, 96년에는 권진원, 박학기, 안치환, 윤도현, 이정열 등이 참여한 추모앨범 ‘가객-김광석이 남기고 간 노래’가 출시됐다. 특히 이 앨범에는 미발표곡인 ‘부치지 않은 편지 #1, 2’가 삽입됐다. 김광석은 숨지기 전 ‘부치지 않은 편지’의 작곡가이자 시인인 백창우와 함께 노래와 시가 결합된 ‘노래로 만나는 시’라는 앨범을 기획하고 있었다. 백창우는 지난해 12월 책과 CD를 엮은 북CD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를 내놨다.

‘김광석 프로젝트 밴드’도 빠지지 않는다. 99년 1월에 있었던 김광석 추모공연에서 서우영, 엄태환, 윤도현, 이정열이 의기투합, 자신들을 프로젝트 밴드 ‘김광석’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듬해 영화 ‘산책’의 OST작업에 참여했으나 활동을 잇지는 않다가 지난 2004년 서우영의 콘서트에서 깜짝 의기투합했다.

아울러 영화, 연극이나 광고 등을 통해 김광석은 추억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2). 이 영화에서는 ‘이등병의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가 극과 맞물려 아련함을 자아내는 한편 극중 오경휘 중사(송강호)는 김광석을 들먹이며 남북의 갭을 줄였다. 지난해 무대에 오른 콘서트 드라마 ‘길 위에서’에서도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울려퍼졌다. 2002년 한 광고에서도 김광석이 부른 ‘광야에서’의 마지막 부분 멜로디가 사용됐다.

이밖에 2004년 쇼이스트가 뮤지컬 ‘친구’를 기획하면서 김광석의 노래 22곡을 삽입키로 했으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또 ‘난타’의 제작사 PMC프로덕션이 2004년부터 김광석 뮤지컬을 기획, 현재 대본 작업을 진행 중이며 2007년도 여름 경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당초 ‘서른 즈음에’라는 가제로 10주기에 맞춰 올릴 것이란 얘기도 있었으나 완성된 대본이 나오지 않아 ‘김광석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계속 작업 중이다.

노래방서 가장 많이 불리는 김광석 곡은 '사랑했지만'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김광석을 부르는 횟수는 얼마나 될까. 국내 노래방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TJ미디어(구 태진미디어)와 금영에서 집계한 자료를 보면 김광석의 노래는 두 회사에 각각 23곡과 20곡이 등록돼 있다.

TJ미디어 데이터베이스(DB)에서 집계 가능한 온라인으로 연결된 반주기에서 김광석 노래가 연주된 횟수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24만번, 지난해에만 51만번이었다. TJ 쪽은 또 23곡 중 16곡이 2001년부터 노래방에 들어왔고 DB를 통한 집계가 불가능한 반주기까지 감안하면 그 횟수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반주기는 TJ 전체 기기의 10% 가량이다.

김광석 노래 가운데 TJ 반주기에서 가장 많이 불린 5곡(DB집계기준)은 차례대로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일어나 △먼지가 되어 등이다.

금영은 김광석 노래가 온오프 연주기를 합쳐 2004년부터 2년 동안 741만5705번(온라인 20만3170번, 오프라인 721만2535번), 지난해 한해에만 396만5980번(온라인 10만8657번, 오프라인 385만7323번) 불린 것으로 추정했다. 온라인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서버를 통해 자동 집계되는 반주기를 통한 수치이나 오프라인은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아 금영 쪽에서 추정치로 산정한 것이다. 현재 금영은 전체 약 30만대 반주기 가운데 온라인용으로 8000대를 설치한 상태다.

금영에서도 김광석 노래 가운데 ‘사랑했지만’과 ‘서른 즈음에’가 2~3%의 근소한 차로 가장 많이 불린 곡에 올라가 있다. (200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