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물건을 판다 : 기업에게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
기업에게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
지난 2001년 옥스퍼드 대학교 앤서니 모나코(Anthony Monaco)교수 연구진은 우리 안의 FOXP2라는 유전자에 내장된 이야기 능력을 찾아냈다. FOXP2는 언어와 이야기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 배열이라고 한다. 특히 FOXP2는 단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말할 때 필요한 미세한 물리적, 신경학적 기능을 담당하며 복잡한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과도 관련돼 있다.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이야기하고 듣는 능력에 차이가 난다. 태고 적부터 인류가 있었다면, 이야기도 함께 했다. 이야기는 인류의 모든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감동 있는 비즈니스? 이야기에 주목하자
10년 전 조성모의 ‘To Heaven’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당시 센세이션이 일었다. 가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마케팅도 주목받았지만, 뮤직비디오가 압권이었다. 그 전까지 뮤직비디오는 특별한 이야기 없이 노래와 이미지로 전개됐다. 그러나 ‘To Heaven’은 달랐다. 이병헌과 김하늘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했고, 드라마가 전개됐다. 이른바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 타이즈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첫 등장한 것이다.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눈물 흘린 사람도 꽤 많았다. 이후 뮤직비디오가 달라졌다. 뮤직비디오에 이야기가 덧입혀졌고, 그것이 뮤직비디오의 주류가 됐다.
광고 역시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케이스다. ‘후’라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광고를 본적이 있는가. ‘매거진 드라마’라는 이름의 이 광고는 왕후, 왕자(들)과 무사 등이 등장해서 사랑과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를 펼친다. 나름 재미있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등장해 피부와 미모를 뽐내는 경연장이었던 종전의 화장품 광고와 달리, ‘후’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왕실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름다움의 비법’이라는 컨셉을 이야기 속에 녹였다.
소비자와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의 기술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말했다. “우리에겐 멋진 이야기가 필요하고 거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이야기(스토리)였다. 그는 지금의 지식정보사회가 경험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이른바 ‘드림소사이어티’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신에게 맞는 이야기가 먼저 와닿겠지만, 소비자들과의 연결점으로서 이야기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도 달라졌다. 상품 구매시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느냐 등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 소비활동이 단순한 소비만으로 끝나길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돈을 들였다면 그만큼 무언가를 얻길 바라는 현명한 소비자시대의 도래. 그 무언가가 바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 컨설턴트 세스 고딘(Seth Godin)은 저서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에서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라고 말했다. 특정한 상품 혹은 기업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구매욕을 부추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21세기 비즈니스의 타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움직이는 기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성공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야기가 물건을 판다.
․ 이야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아무리 큰 기업 내에서라도 매우 빠르게 퍼져 나간다. 누구나 잡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당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 이야기는 가변성이 있다. 당신이 단기간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갈 작은 디자인 팀에 소속되어 있든, 거대기업의 다년간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일원이든 간에 상황에 꼭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다.
․ 이야기는 사람들을 결속시켜 진정한 팀 충성도를 확립한다. 만약 당신이 리츠칼튼의 직원들처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주 모이는 팀에 속해 있다면 이야기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메리케이의 뷰티 컨설턴트처럼 직원들이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다면 이야기의 역할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 제롬 브루너가 지적하듯이,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략은 유연성과 적응성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이야기는 반드시 정직하게 전달되어야 하고, 공통의 핵심적인 열정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 열정은 우리가 강조하는 이야기 5원소(열정, 영웅, 악당, 깨달음, 변화) 중 첫 번째이고,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심지어 호르몬 수준에서도 작용한다. 열정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생명력이다. 만약 당신의 이야기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없다면 당신은 잘못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리처드 맥스웰·로버트 딕먼 지음 / 지식노마드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