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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다양한 삶에 대한 지향

스윙보이 2008. 8. 3. 22:56
특정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 많은 경우가 결혼 여부를 묻습니다.
결혼 여부를 놓고 대부분은 두 개의 항목을 두죠. ‘미혼’ 아니면 ‘결혼’. 다른 경우를 본 적은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처음 만날 때, 으레 이런 질문이 오갑니다. “미혼이에요? 기혼이에요?” 두 가지 선택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두 선택지는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입니다. 시간차가 날 뿐입니다. 미혼(未婚)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결혼은 언젠가 해야 할 것으로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신 적 없으세요?
삶이 이것 아니면 저것의 양자택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닐진대, 결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무엇이 아닐진대, 용어를 이렇게만 쓸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비혼(非婚)’이라는 말을 씁니다. 무엇이냐고요.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통칭합니다. 독신에서부터 이혼·사별 등으로 1인 가구가 된 ‘돌아온 싱글’이나 혈연·입양으로 이뤄지지 않은 공동체 생활 등 결혼하지 않은 삶의 모든 방식을 일컫는 거죠. 결혼적령기니 노처녀·노총각이니 하는 말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사회학이나 통계학적으로는 ‘미혼’에 속하지만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비혼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결혼이 지고지순의 가치는 아니란 거죠.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 것은, 비혼운동은 결혼에 대한 안티가 아닙니다. 다양한 삶에 대한 지향, 그것이 비혼운동의 목적입니다. 결혼하지 못한 것이 아닌,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삶. 집안, 가문 등에 떠밀려 결혼하느니, 주체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지. 세상에 좀더 다양한 삶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이성간 ‘혼인신고’를 통해 이뤄지는 ‘결혼제도’ 아닌 다른 방식의 상상력, 결혼 않고도 아이를 낳거나 가져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데 대한 상상력 말입니다.


2007년 제1회 비혼축제에서 ‘비혼은 이래서 좋다’라고 쓰인 패널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답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라!” “내 일상이 내 맘대로…” “자유로운 연애 할 수 있어 좋아!” “아들 낳아라, 직장 관둬…결혼 제도 안의 부당한 차별 안 겪어 좋고”

당신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