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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피폐한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불어넣은 디바, 디나 워싱턴

스윙보이 2009. 1. 23. 16:53

전쟁으로 피폐한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불어넣은 디바,
디나 워싱턴(Dinah Washington) (1924.8.29~1963.12.14)


세상엔, 훌륭한 재즈 디바들이 많죠.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엘라 핏제랄드(Ella Fitzgerald), 줄리 런던(Julie London), 사라 본(Sarah Vaughan), 니나 시몬(Nina Simone), 디나 워싱턴(Dinah Washington)...

그 가운데, '블루스의 여왕(Queen of the Blues)'이라 불린 디나 워싱턴은,
가스펠풍의 독특한 창법으로 재즈를 소화한 최고의 디바 중 한명이었습니다.


디나의 본명은 '루스 리 존스(Ruth Lee Jones)였어요. 고향은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지만 어릴 적 가족이 이사하면서 시카고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는 성가대에서 가스펠을 노래하고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등,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다고 전해집니다.

15세 때 리갈 극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우승했고,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샐리 마틴의 가스펠 그룹과 순회 연주를 다녀오는 등 운신의 폭도 넓혔죠.

그런 디나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음악관계자 조 글래저에게 발탁됐습니다.
1942년 디너 워싱턴이라는 예명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라이오넬 햄프턴 밴드에 들어가 1946년까지 활동하면서, 음악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이윽고 때가 왔습니다.
1946년에는 솔로로 데뷔한 그는,
블루스,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한편 열정적인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죠.
《베이비 겟 로스트(Baby Get Lost)》(1949), 《트러블 인 마인드(Trouble in Mind)》(1952), 《디스 비터 어스(This Bitter Earth)》(1960) 등이 대표곡입니다. 특히 1949~55년 그의 음반은 R&B순위에서 연속적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등,
그에겐 '할렘 블루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사라 본, 카멘 맥레이와 함께,
40~50년대 모던 재즈시대를 대표한 보컬리스트였어요.

무엇보다 디나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의 혼란스럽던 시절,
피폐하고 신산한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불어넣어줬습니다. 
라이벌이었던 사라 본이 부드러운 선율로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섰다면,
디나는 강렬하고 박력 있는 고음의 목소리로 사람들을 휘어잡았습니다.
가사 하나 하나에 힘을 줘 또박또박 발음하는 그의 노래는,
앙칼지면서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물론 디나가 재즈에만 매달린 건 아니었어요.
재즈의 인기가 퇴조하면서 1950년대 말엽부터 R&B스타일에 좀더 힘을 쏟았습니다. 그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켜준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는 1959년 팝차트의 톱10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로도 많은 골드 레코드를 내놓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영예와 인기가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1963년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로 그는 사망하고 말았어요.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목소리로 세상을 휘어잡고, 
아홉 명의 남편을 맞이할 정도로 정력적이었던 그의 삶도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후에 추모 앨범 <The Dinah Washington Story>가 팬들의 가슴을 적셔줬고,
1993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로큰롤에 영향을 미친 자' 부문으로 그의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참고자료 : 『Queen: The Life and Music of Dinah Washington』(Cohodas, Nadine, Pantheon Books), 두산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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