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공존

11월,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스윙보이 2009. 11. 2. 23:16

시월의 마지막 날, 리버 피닉스가 훌쩍 스쳐 지나가면, 곧 그렇게,

11월이 온다.

그것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인디언 아라파호 족)

자연과 세월의 숨결이 곧 자신들이라 여기는 인디언들은,
샌드크리크 대학살(1864)이 벌어진 11월을 그렇게도 부른다.

19세기의 미합중국의 백인들은, 지금의 쥐망나니 MB무리처럼 치졸하고 졸렬했다.
콜로라도 민병대는 샌드크리크의 티피(인디언 천막집)에서 인디언들을 몰살시켰다.
남부 샤이엔족의 추장 검은솥이 그들과 평화협정을 맺고 백기를 받아 들었음에도 말이다.
133명의 인디언들이 도륙을 당했고, 그중 98명은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백인 민병대가 피에 굶주린 흡혈귀처럼 인디언 마을을 기습하고,
당초 그땅의 주인이었던 그들이 신의를 저버린 백인들에 의해 사라져야 했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님을, 아직은 무언가 남아 있음을 인디언들은 알고 있었다.

11월은 그렇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그러니까,
얼지 마, 죽지 마, 사라지지 마.
나나 당신이나, 우린 죽지 않아!

늘 버티고 견뎠던 당신에게,
내가 전하고픈 이말.


"당신은 살아 있어야 해요,
버텨야 해요.

당신은 강하니 살 수 있소.
살아 있으시오.
반드시 난 당신을 찾을거요.

얼마나 오래 걸리든 아주 멀리 있든
당신을 꼭 찾을거요."



그리고, 그 어느해, 이렇게 당신 안아주고는,



내가 좋아하는 이 책, ≪늦어도 11월에는≫을 읽어주는 남자가 되어,
당신에게 이말을 건넬 것이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1월.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 족)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체로키 족)
강물이 어는 달(히다차 족)
만물을 거두어 들이는 달(테와 푸에블로 족)
작은 곰의 달(위네바고 족)
기러기 날아가는 달(키오와 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