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철수 사용법, 원순 활용법

스윙보이 2011. 9. 9. 01:44

시민들 사이에선,
(안)철수 사용법 혹은 (박)원순 활용법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물론, 그(들)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처음 들어본 이름에, 누구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철수 형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하고, 원순 형님께 양보했다.
잘은 모르지만, 대인배 같았다. 후보군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았으니까.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것저것 재지 않고, 아니 분명히 쟀다.
누가 서울시장에 더 적합하고, 시대 흐름(정신)에 부합할까.

그러나 철수 형님, 그것을 양보하는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사람인가 보다.
그게 당연한 것인데, 세상 이치는 그렇지 않다고, 그러면 '바보'라고 일컫기도 한다.

나도 김여진씨처럼 모른다.
철수 형님과 원순 형님이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
나믿철믿(나는 믿는다, 철수 믿는다), 나믿순믿(나는 믿는다, 원순 믿는다)였으면 좋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믿지 않는다. 회의한다. 그들 또한 회의한다. 내가 나에게 그런 것처럼.

다만, 철수와 원순.
중요한 무언가가, 그들에겐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세상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 안다.
세상의 벽이 얼마나 철옹성 같은 것인지도 안다.
 
그래도, 철수를 잘 사용하면, 원순을 잘 활용하면,
이 좆 같은 세상에도 아주 조금 서광이 비치거나, 성찰하는 오늘을 꾀할 수 있을 것 같다.
섣불리 혹은 가볍게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 살짝빼꼼 고개를 들 것도 같다. 

그렇게 나도 끊임없이 성찰하고 믿으면서 커피를 계속 하다보면,
보잘 것 없는 나도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사소하고 미세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개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라 비틀어진 지렁이를 개미 3~5마리가 번갈아 들면서, 발을 동동 옮기고 있었다.
개미 공동체가 함께 나눠먹기 위해 먹이를 운반하는 어떤 안간힘이자 노동 같았는데,
아주 짧은 거리(내가 보기엔)를 움직이기 위해 그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아, 지구는 저렇게 돌아가는 것이구나.
개미들의 노동, 개미들의 생존, 그들 역시 개개의 점들이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무수한 점들에 의해 지구는 꾸준히,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법이다.
지렁이의 죽음 또한 그것에 보태지는 법이고.
인간의 노동과 다를 바 없는 개미의 노동. 인간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지렁이의 죽음.
지구에 가해지는 똑같은 무게감.



그리고,
잠자리 담배 피는 시절.
끊임 없는 날개짓에 잠시 쉬고 싶은 잠자리의 갈망이었을까. 쉼.
담배에 살포시 내려 앉은 잠자리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개미에겐 먹이를 지고 나르는 것이 생존이라면,
잠자리에겐 담배를 피는 것이 생존일 수도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잠자리는 가슴 우는 손을 여미고 삭삭 비비고 있다. 
담배 맛이 어때? 묻고 싶었다.   


철수는, 이미 우리의 것이 됐다.
잘 사용하고 볼 일이다.
그는 오래전, 무지개 염색을 하고선 이렇게 말했다. “난 내 역할을 해야 하니까 개인적인 창피를 무릅쓰고 선택했다. 내가 회사를 위한 도구니까”

안철수의 이런 사용법.
개인적인 욕심과 이권을 넘어 청년을 위한 도구, 인민을 위한 도구라면. 


 
원순도, 이젠 우리의 것이 됐다.
잘 활용하고 볼 일이다.
신발 뒷굽이 다 해지도록 돌아다닌 발의 힘. 
박원순의 신발 사진이다. 낡은 신발이 주는 어떤 신뢰감. 

박원순의 이런 활용법.
서울을 위한 신발, 인민을 위한 신발이라면 진짜 명품!


그래도 자꾸 이런 생각도 든다. 
이런 사용법, 활용법은 시류 편승용이라는 것. 
철수에겐 더 중요하고 또 다른 사용법이 있을 것만 같다. 
대통령은 아닌 것 같고. 대통령보다 사소해도 더 중요한 그런 것.

뭐냐고? 그걸 알면, 내가 킹 메이커다.  
대체 뭘까? 당신, 혹시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