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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라, 직딩아~

쫑, 직장생활 10년 (2) :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

어젠 괜히 '꿈'을 들먹였는데.^^;
좀더 솔직하게 속삭이자면, 그 꿈이란 거, 이런 거다.

"좋아하는 일을 하신다니 참 부럽네요."
"아뇨,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이에요."
- 영화 < 카모메 식당 > 중에서 -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
나는, 이 말에 감탄했다.
< 카모메식당 >의 사치에가 건넸던 이 말은,
기실 덤덤한 것 같지만, 그만큼 내공이 쌓여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한, 압도적인 사투.

군대에서 귓구녕 빵꾸나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거의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개소리다. 개새끼들이 짖는 소리.
핵심은, (군대라는 조직의 논리에) 복종하고 죽어 있으란 얘기다.
사회생활에서도 저 말은 여전히 횡행했는데,
사실 협박에 가깝다, 고 나는 생각한다.
피를 뽑아먹기 위한 자본의 혀놀림 같은 것.
얼핏설핏 들으면 솔깃한 얘기 같지만,
저 말 속에 똬리를 튼 독성은 한 개인을 삼켜버리기에 충분하지 싶다.

'땅을 사랑할 뿐'이고 '암이 아니라서 오피스텔을 선물 받았을 뿐'인 내각사퇴 후보자들은,
'애초 싫은 일이었는데, 국민들을 위해 하려고 했을 뿐인데,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뿌루퉁하시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싫어하는 일'을 울며겨자먹기로 해야 할 뿐.
잘난 고관대작 당신네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땅을 사랑하고 싶다. 감기 걸렸다가 나은 기념으로 오피스텔 선물받고 싶다.
하지만, 당신네들은 모른다.
싫어하는 일조차도 마음대로 그만두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사투를 벌여야 하는지.

나도, 언젠가 사치에처럼 의연히, 내공을 품고 말하고 싶다.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