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느닷없이 창밖을 보다가, 눈물이 주루룩.
깊게 내려앉은 밤 때문이었을까.
잘 비워낸 하루가 천천히 그렇게 식어가고 있었건만,
뜨거운 눈물이 볼에서 꼼지락거렸다.
다시, 스물셋의 봄이 떠올랐고,
그 어느해, 내 스물셋의 봄을 생각했다.
햇살 찬란했던 내 스물셋,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기고만장했으며,
기쁨과 슬픔이, 한데 행복이라는 울타리를 가득 채웠던 그 시절.
과거여서 분명 미화된 측면도 있지만,
행여나 내게도 그런게 있었다면, 내 인생 최고의 황금기였다.
스물셋.
나는 첫 사랑을 만났고, 어수룩해도 사유할 수 있는 틀이 형성됐으며,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했던 시절.
내겐 그런 시절이었는데,
고 박지연 씨에겐 멈춰서고 말았던 스물셋.
오늘 이지상 선생님을 통해 건네받은 어떤 울림까지 겹친 결과물이었을까.
아마 '엽전'들은 모르리라.
그녀의 죽음 앞에 나 몰라라, 생까고 있을 개새끼 엽전 나부랭이들.
아마도,
카페에서 숱하게 스친 말간 얼굴들과도 겹쳐진 탓이었을 게다.
연인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말간 웃음을 가득 담은 그 얼굴들.
아마 그녀도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었을 터인데...
그리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그녀의 연인.
얼굴도 모르는 그 연인이 마음에 밟혔다.
그의 생에 닥쳐온 그 균열.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 균열.
아마도 그 사람의 생은, 그 균열로 인해 비포와 애프터로 나뉠 것이고,
어떻게든 달라질 것이다. 그 마음이 그냥 아파서...
이 감정, 기억하고 싶어서.
이렇게 늦은 밤, 몸은 더 없이 피곤하지만,
공연히 죄 없는 자판을 두드리며 마음을 달랜다.
나는 그렇게, 당신이 아프다, 당신이 슬프다...
아울러 당신에게도,
혹시 기억해? 당신의 스물셋...
참, 지금 스물셋이라는 문근영.
문근영의 스물셋과 박지연의 스물셋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인 걸까.
(물론, 문근영은 아무 죄 없다. 그저 스물셋이라서 끌어왔을 뿐. 문근영의 스물셋은 미친 듯 보도하면서, 박지연의 스물셋에는 생까는 많은 언론(이라고 쓰고, '찌라시'라고 읽는다)에게 묻는 거다.)
☞ "삼성을 선택한 제가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울 뿐이었습니다."
☞ 스물셋 나이에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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