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라고 영원할 리 없다.
혁명도 시간 앞에서 필연적으로 변한다.
쿠바의 블로거, 요아니 산체스의 말마따나 말이다.
“혁명은 50년을 지속하지 못한다.
혁명은 스스로를 먹어치우고 권위주의와 통제, 정체를 배설한다.
혁명은 영원하려다 끝나고, 변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죽는다.”
물론, 하나의 혁명이,
발효가 될 것인지, 부패가 될 것인지, 그것은 시간의 힘이 아니다.
시간성과 맞물리는 것은 맞지만,
어떤 박테리아를 주요 효소로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오늘, 2009년 1월1일은, 쿠바혁명 50주년을 맞은 날이다.
1959년 1월1일이었다.
당시 32세의 피델 카스트로와 31세의 체 게바라가 이끄는 혁명군은,
부패한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를 쫓아내고 사회주의 혁명의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지금의 쿠바는, 50년 전의 혁명 쿠바가 아닌 듯 하다.
영국의 가디언 왈.
“혁명 50주년을 맞았지만 가난에 지친 쿠바인들 사이에서 축제 분위기는 없었다.”
또한, 카스트로 미화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혁명 이후, 쿠바를 떠난 쿠바인도 100만명을 넘어섰단다.
무엇보다, 그 혁명은 아직 혁명 당시의 가치에 집중 복무하는,
'보수화'의 함정에 혹시 빠져 있는 건 아닐까.
부패 아닌 발효에 필요한 자기 갱신과 소화능력 제고에 소홀한.
랩, 해적방송, 문신, 피어싱, 동성애자 등에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쿠바 정권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혁명 꼰대'로 전락한 듯한 인상도 풍긴다.
☞ 혁명 50년 ‘변화’에 실망한 젊은층 대변
☞ 느린 ‘라울의 개혁’ 신세대가 참아줄까…기로에 선 쿠바
물론 쿠바 정권의 조치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암세포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곤 해도,
그들은 자신의 혁명이 새로운 가치와 교접할 수 없다고 미리 단언했던 것일까.
자신의 혁명 가치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진 것일까.
뭐, 어쨌든 그런 저런 이유로,
쿠바혁명 기운이 퇴색되고 있다곤 해도,
내게 쿠바혁명 50주년의 가치가 바래진 않는다.
부럽고 축하해주고 싶은 일이지.
그 어느해 1월1일의 새해를,
쿠바에서 맞이하고 픈 욕심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생태와 혁명의 나라, 쿠바!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이런 방법도 있지.
‘크리스탈 마운틴!’
1월1일의 커피로 쿠바산 크리스탈 마운틴을 마시는 게지.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과 같은 품종이자,
블루마운틴에 완전 미치진 못해도 버금가는 향미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그리고 당신도 원한다면, 1월1일은 언제든 크리스탈 마운틴.
이왕이면,
공정무역커피(착한커피) 중 하나인 ‘End The embargo on Cuba Coffees’.
근데 왜, 'embargo'가 붙었냐구?
그건, 쿠바혁명과도 연관이 있어.
쿠바혁명으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발끈한 미국 케네디 정부가 쿠바에 대해 경제봉쇄에 나서잖아.
이에 쿠바 커피도 통상금지(embargo)됐고.
(근데 웃긴 건, 쿠바 경제봉쇄 전날 밤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산 시가 2000개를 몰래 사들였단다. 이 재밌는 사실!)
어쨌든 아직 통상금지 조치는 풀리지 않고 있고,
쿠바에서는 이를 풀기 위한 운동이 전개 중이란다.
그래서 커피 브랜드가 꼭 무슨 캠페인 구호처럼 돼 있는 게지.
저건 마시기보다 소장품으로 갖고 싶다.^^;
1월1일의 크리스탈 마운틴,
생각만 해도 알싸하다.
우린 1월1일 그렇게 쿠바로 간다!
아, 쿠바, 가고 싶다!!!
부디, 뷰티풀 커피 이어~
P.S... 오늘 잠시 쿠바와 커피에 취해 있다, 그만 책도 질러 버렸다.^^;;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 유재현의 쿠바기행≫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 커피색 너구리의 즐거운 커피 만사≫
2009년 첫 구입한 책들이군.
축하한다. 내 품으로 오게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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