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얼마 전, 친구와 크리스마스가 예전같지 않다고 궁시렁거렸다. 즉,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사라졌다는 불평이었다. 물론, 우리가 더 이상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크리스마스의 낭만도가 떨어졌다는 것, 나이를 먹었다는 증명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크리스마스를 반길 수가 없다. 무엇이든, "크리스마스잖아요~"라고 퉁 칠 수 있었던 시대, 완벽하게 끝났다.
어제(21일) 한진중공업 복직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른 다섯, 두 아이의 아빠는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며 "돈이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덧붙인다. "사랑하는 내 가족. 먼저 나쁜 생각해서 미안합니다. 나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힘듦입니다. 이제야 내가 많이 모자란 걸 압니다. 슬픕니다."
그리고 오늘(22일), 현대중공업하청지회 노동자가 19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한중 노동자의 소식을 듣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무섭다. 슬프다. 과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은 우리가 살아갈 만한 곳인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사회. 정권교체는 언감생심, 유신적 정치로의 회귀를 우려하며 '죽음의 번호표'가 발부되는 것 아닐까, 라는 트친의 염려가 산산이 흩어질 언어 같지가 않다.
그럼에도 국가는, 이 나라의 정치(권력)는 묵묵부답이다. 젊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응답하라고 부르짖건만 말이다. 국가는 대체 왜 있는 것일까. 이 사회는 왜 남의 고통에 무덤덤하기만 한 것일까.
크리스마스가 다 무색해졌다.
이 엄혹한 세상, 커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는 고민하고 고민한다.
당신은 이 슬픔을 어떻게 견디나요?... 이 환멸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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