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공존

카뮈와 함께 마신다, 부조리 커피!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중에서 오늘, 엄마가 죽었다. 전보가 그렇게 왔다. 내 탓은 아니지만, 가지 않을 수 있나. 사장은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휴가를 내고 버스를 탄다. 피곤했을까. 계속 잠을 잔다. 도착해선 엄마의 시신도 보지 않는다. 눈물? 글쎄, 눈물샘이 마른 건가. 엄마의 주검이 담긴 관. 경비가 커피를 권한다. 홀짝. 커피엔 역시나 담배. 그래도 엄마 시신 앞인데... 잠깐 망설인다. 그렇다고 꺼릴 이유도 분명치 않다. 담배 한 모금. 후~ 커피가 담배를 부른 것인지, 담배를 피우기에 앞서 커피를 애피타이저로 마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맞다. 뫼르소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 중의 하나인 "오늘, 엄마가 죽.. 더보기
비디오 킬드 마이 하트, 그래도 함께 살자! 내가 사랑하는 이 영화. . 이 장면, 이 영화의 아주 많은 것 혹은 모든 것이 들어있다.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만 죽인 것이 아니라, 나도 킬 했다오.ㅋ 헌데, 자꾸만 추락하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슬프고, 슬프고 또 슬프다. 일주일 새 벌써 다섯 명. 심근경색이라는 말이 마음경색을 불러온다. 죽음만큼은 그 개별성과 구체성때문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오로지 이 말. 함께 살자. 함께 살자. 함께 살자. 더보기
구럼비 우는 날, 기형도 떠난 날 구럼비 구럼비가 우는 날. 43톤의 폭약으로 기어코 울리고야 만다. 무식하고 잔인하다. 야만적이다. 64년 전 4.3항쟁을 재연하고야 만다. 구럼비가 운다. 기형도 그날은 (기)형도의 기일. 23주기인데. 한 편 띄운다. 구럼비 때문이라도 꽃 한 잔 생각나는 봄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구럼비 때문에라도. 내 靈魂(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2009/03/07 - 기형도는 봄이다... 더보기
뜨겁게 안녕, 좋거나 혹은 슬프거나 김현진. 건재하도다. 이 씩씩한 언니. 어디선가 사회적 약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언니. 나, 김현진 팬! 새로 출간한 《뜨겁게 안녕》 독자만남. 응모했고 뽑혔다. 홍대의 커피하우스, 살롱드팩토리. 사실, 이곳의 커피는 내겐 별로지만. 그녀, 여전히 멋있고, 아름답다. 알코올 의존은 여전한 듯하며, 수줍고 여리고 참 약하면서도, 그래서 강한 여성. 뭣보다 김현진은 김현진이다. 다른 어떤 설명도, 사실 필요없다. 그녀는 그녀로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으로. 그래서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장도 않는다. 거듭, 멋있다. 10여 년 전부터 기사나 글을 통해 보아온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산다. 온전하게. 당연, 인간적인 결함 있(을 것이)다. 변덕도 .. 더보기
내가 사랑한 것, 마음 한 구석이 쓸쓸했던 어느 겨울날. 그런 날 위로해줬던 속삭임. 체 게바라가 바친 삶이 투영된 사진에는, 쿠바 인민들이 담겨 있었다. 알베르토 코르다의 시선. 목숨까지 불사한 본능처럼 사랑을 향했던 오래전 그날, 나는 참으로 순수했었나 보다. 목숨을 걸고 갔으니. 지금? 본능도 세월 앞에 마모되기 마련인 건가? 체 게바라에게 사랑과 삶을 묻는다. 더보기
민폐 끼쳐도 괜찮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폐를 끼치는 일이다. 지구에게나, 다른 생물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다른 물질에게나.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리 된다. 의도와는 무관한 폐까지 끼치게 되니까. 내가, 일본보다 인도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말이 있다. 일본의 한 트위터에 올라왔다는 글이다. 일본의 부모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만, 인도에서는 "너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고 있으니, 남들도 용서하거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전자는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후자는 "후유"하게 된다. 폐 안 끼치고 살 방법은 없다. 日本の親は、「人に迷惑かけちゃダメですよ」と教えるが、インドでは、「お前は人に迷惑かけて生きているのだから、人のことも許してあげなさい」と教えるそう。前者は、息苦しさを、後者には、.. 더보기
하루, 여덟 시간의 노동 One of the saddest things is that the only thing that a man can do for eight hours a day, day after day, is work. You can’t eat eight hours a day, nor drink for eight hours a day, nor make love for eight hours a day — all you can do for eight hours is work. 식빵! 지독하고 슬픈 진실. 인간이 하루에 여덟 시간, 매일 여덟 시간씩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섹스도 아닌 오로지 노동 뿐이라니. 정말 그렇구나. 매일 같이 여덟 시간, 주야장천 섹스한 적도, 먹은 적도, 술을 퍼마신 .. 더보기
여름, 목이 주는 아찔함 역시, 여름이 좋은 이유. "흔히 여름을 '시의 계절'이라고 한다.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연출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무 그늘 아래서 질투의 바늘로 그녀의 목을 겨냥한다. 아, 눈처럼 하얀 목들이 마치 번개처럼 내 눈 앞에 흘러 다닌다. 우리 젊음의 눈에 비친 기쁨의 선물이여. 폴 베를렌이 묘사한 목은 질서를 벗어나 따뜻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방랑하는 목이다. 남자들은 자신이 여성에게 다가가는 최초의 동기는 바로 뒤에서 여인의 목을 자유롭게 감상한 후라고 말한다. 여인이 뒤돌아보며 미소를 날리기 전, 등 뒤에서 여인의 목을 자유롭게 응시할 수 있다는 건 남성에게 이미 대단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이 다가오면 여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다.. 더보기
랭보, 두번의 매혹은 없을 詩 시인이 위대한 이유. “사회의 환부를 남보다 먼저 감지하는 몸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동의한다. 이상과 윤동주가 그랬고, 백석과 김소월이 그랬으며, 김수영이 그러하였다. 그럼 서정주는 뭐냐, 고 묻는다면, 환부를 먼저 감지했지만, 그는 일본 제국주의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낮췄다, 고 얘기하겠다. 그렇다면, 시가 위대한 이유는 쉽게 유추할 수 있겠다. 사회의 환부를 남보다 먼저 감지해 詩라는 언어로 그것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poem)가 아닌, 시(poetry)라고 얘기하는 것은, 바로 '자세'의 문제다. 아름다움에 대한 자세, 세상에 대한 자세. 교과서를 통해서가 아닌, '진짜' 시를 처음 만났다. 《랭보시선》. 질풍노도, 열폭작렬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어쩌다 그를 만나게 됐을까. 아마.. 더보기
당신과 나, 혹은 그들의 스무살에게... 오늘밤. 최근 ≪은교≫를 낸 소설가 박범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뭐라 딱히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곱씹고 있다.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말고! ^^; )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천천히 거닌 내 밤길이 내겐 그랬다. 그 정화는 아마도, '욕망'에서 비롯됐다. 누구로부터, 특히 자본으로부터 주입된 가짜 욕망이 아닌, 내 안의 깊은 곳에 있는 진짜 욕망, 말이다. 최근 만난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의 김원영 씨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일컬어진 그 욕망. 스무살. '성인'이 됐다고 여기저기서 떠들어대지만, 실상 대부분 어른들은 무책임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스무살 그네들이 온전하게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저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