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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남성들의 혼을 뺏은 마음스파이, 마타 하리(Mata Hari)

유럽남성들의 혼을 뺏은 마음스파이, 마타 하리(Mata Hari)
(1876.8.7~1917.10.15)

여기, 세상을 흔든,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을 들끓게 한 여인이,
1917년 10월15일 파리 교외 반센느 둑에서 사형 집행현장에 있습니다.
알몸인 채 눈가리개도 거부한 그는, 12명의 사수 앞에 섰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이중간첩노릇을 해, 프랑스군 5만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 사형집행의 이유.
총성이 울립니다. 피가 튀고, 당당했던 고개가 푹 숙여집니다.
채 마흔 살이 되지 않은 나이, 파란만장했던 '태양'(마타하리는 태양이란 뜻의 말레이어)이 지상에서 빛을 잃는 순간입니다.


그 사람, '마타 하리'.
본명은 마가레타(Margaretha Geertruida Macleod), 결혼 전 성은 젤러(Zelle)입니다.
무희이자 고급 창녀가 직업이었지만, 이면에서 '첩보수집과 유통'을 했던 사람.
훤칠한 몸매와 미모가 뛰어난 데다 매력적이어서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
그 뛰어난 외모 덕인지, 많은 애인이 있었고, 대부분 장교였습니다.
아마도 스파이노릇을 위한 방편이면서도, 때론 사랑에 빠졌겠지요.


마타 하리 이름 앞에는 '팜므 파탈' '요부' '(이중)스파이'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에 대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모든 것이죠.
실상 그가 했다는 첩보활동의 성격과 범위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자료는 1916년 봄, 독일 영사가 그에게 프랑스 여행을 하는 동안, 어떤 정보라도 얻어오면 돈을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했다고 하고,
1917년 프랑스군에 체포된 뒤 몇몇 낡은 정보를 독일에게 제공했다고 인정하고,
앞서 독일 점령하의 벨기에에서 프랑스 스파이로 활동하는 데 동의한 적이 있었다고 진술하긴 했지만요.

마타 하리는 주체적인 여성이었습니다.
남성들에게 포획되지 않고 자신의 무기를 활용해 남성들을 움직였습니다.
부유한 모자상인의 영애로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1895년 네덜란드 장교와 결혼해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아이 둘을 낳았지만,
1901년 이혼을 겪었습니다.
빈털터리로 유럽에 돌아온 그가 가진 것은, 아름다운 육체와 뛰어난 춤 솜씨였습니다.
물랭루주에서 무희로서 인도네시아의 발리댄스를 자극적인 몸놀림으로 선보이자,
(그는 대중 앞에서도 나체 출연을 하는 등 파격적인 '쇼'를 펼치기도 했다지요)
남성들은 이국적 매력 앞에 열광했습니다.
그의 춤은 파리의 유행이 됐고, 유럽의 대도시에서도 그는 이름을 떨쳤습니다.
상류사회에 드나들었고, 고위권력층들을 상대했다죠.
그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이런 환경은 그가 스파이 혐의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담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군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핀업걸이 바로 마타하리였다고 전해질 정도입니다. 유럽(남성들)은 그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전쟁이 마타 하리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습니다.
아름다운 무희에게 찬사를 보내고 황홀경에 빠졌던 남성들은,
전쟁이라는 현실 앞에선 책임을 전가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마타 하리는 적절한 타깃이 됐습니다.
모름지기 적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내부스캔들은 치명적입니다. 
남성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자리 보전을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겠죠.
그의 혐의를 조사하면서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연계될 조짐을 보이자,
재판을 통해 일사천리로 사형을 결정짓고 집행했습니다. 전시상황을 핑계로.
마타 하리가 중요한 군사정보를 독일에 넘겼다는 증거도 없었음에도 말입니다.
어쩌면 남성들은 그가 다른 남성들의 마음까지도 훔쳤다는 점에서,
그를 스파이로 규정한 것, 아닐까요.
자신이 소유할 수 없기에, 자신에게만 마음을 주지 않았기에,
지질하게도, 차라리 그를 죽음으로 내몬.

한편 지난 1931년 전설적인 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마타 하리로 분한 <마타 하리>가,
1985년에는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마타 하리>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참고자료 : 두산대백과사전, 주간한국 '역사속 여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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