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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희망버스 부산 가을소풍, 잡스와 체의 혁명이 다른 이유

10월8일, 김진숙 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276일째다.
그를 지키는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 씨가 오른 지 104일째 되는 날.
 
5차 희망버스가 그 276일째, 부산을 향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맞물려, 부산은 축제의 도가니다.
축제를 모르는 무식쟁이 공권력만 엄한 똥폼 잡으면서 얼굴 찌푸리고 있나보다.
 
부산에 못 가서 미안하다. 고향에서 열리는 축제에 동참 못해서 아숩다.
더구나 롯데 자이언츠가 정규시즌2위로 가을야구에 동참해서, 부산이 들썩이는 이 가을.

"김진숙, 그녀와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며, 
BIFF에 참석한 많은 영화인들이 지지선언까지 하면서 부산에서 소풍을 즐긴다.
부럽다. 또 함께 소풍을 즐기지 못해서, 일과 사정이 있다는 핑계로 어깨동무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보기엔, 지금의 부산은 '리버티 광장'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며, "평등, 민주주의, 혁명"을 외치고, "99%와 1%의 싸움이다"고 주지하면서, "금융권의 탐욕과 부패를 심판하라"고 3주째 외치는, 뉴욕의 가을. 그들은 돈 많은 기부자의 이름을 따 현재 바뀐 이름의 '주코티 공원'을 본디 이름인 '리버티 공원'으로 불러가며 '개새끼 자본'을 놀리면서 놀고 있다. 

한진중공업으로 대변되는 개새끼 자본을 놀리고 규탄하는 것은 김진숙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희망이다. 리버티 광장이 그래서 부산이고, 그곳에서 한바탕 함께 놀았으면 좋았을 것을.   

기온 뚝 내려가는 가을밤.
김진숙 위원, 체감 온도는 낮아도, 마음 온도는 높아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김진숙이라는 희망을 위해 놀고 있으니까!

아래, 홍세화 선생님의 말씀이다. 나 역시 제풀에 지치지 않길. 늘 희망에 연대하는 사람이 되길.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Stay hungry, stay foolish).

"우리가 김진숙에게 연대해야 하는 것은 그의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서가 아니다. 그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노동자들도, 그 가족들도, 우리도 모두 다만 인간이기 때문이다. 집요하자. 즐겁게. 제풀에 지치지 말자. 희망은 희망이 부른다."

  
그건, 낙엽처럼 떨어진 고독한 천재, 잡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잡스는 위대했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상에서 희망을 연대한 사람은 아니었다.
시대의 천재를 잃은 장삼이사의 '잡스앓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혁명은 한 사람에게서가 아닌 '함께'에서 오는 법이다. 

체 게바라가 알려준 혁명이었다.
내일(9일)은 체 게바라 44주기다. 혁명이 으스러진 날.
'체'는 스페인어로 '어이 친구' '어이 동지'라는 뜻인데, 천재 잡스에게 체라고 부르긴 꺼려지지만 체 게바라는 다르다. 혁명이 가능한 이유.

김진숙 위원이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277일째. 
두 혁명이 만난다. 10월9일은 쿠바의 커피, 크리스탈 마운틴을 마시기 좋은 날이다.
김진숙 위원과 함께 마시고 싶은 커피 한 잔이다. 그리고 당신도 함께.
우린 나지막하게 말하리라.

"Hasta la victoria Siempre(승리할 때까지)!"


그나저나, 스티븐 소더버그의 <CHE>는 끝내 개봉 않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