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이 사랑을… : 겨울, 부암동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잔뜩 흐리다. 비가 올까, 걱정보다 비가 오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새벽녘, 눈도 아주 살짝 다녀갔구나. 부암동 가는 날. 산책을 할 것이고, 중요한 미팅이 있다. 왜 흐려야 할 것이냐. 이유는 없다. 굳이 꼽자면, 눈을 떴을 때 바라본 하늘 때문인가. 아님 어젯밤 술 취한 선배들의 주정을 들어주느라 마음이 지친 탓인지도. 선배는 속도 모르고, 저 놈은 늘 웃어서 좋다, 며 날 상대로 열변을 토해냈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나로선 고개를 주억거리기만 했다. 왠지, 우산을 쓰고 빗소릴 들으며 부암동을 거닐고 싶다네. 이 찬 날씨에, 미친 게지. 그래, 아주 가끔은 이럴 때도 있는 법이지. 향미 짙게 깔린 커피 한 잔이면 또 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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