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부산 싸나이의 초상
1. 나는 한때, 이'동원'이었다. 누구도 그렇게 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지칭했다. 야구를 할 때, 마운드에 섰을 때, 나는 본디 이름이 아닌, 이동원이었다. 맞다. 최동원 때문이었다. 금테 안경을 끼진 않았지만, 소년 이동원은, 최동원의 역동적인 투구폼을 따라 온 몸을 비틀면서, 힘껏 야구공을 뿌렸다. 최동원의 투구폼을 아는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나는 투구폼뿐만 아니라 표정도 따라했다. 앙 다문 입술로 눈 앞의 타자를 제압하겠다는 번뜩이는 눈빛. 비록, 나의 공은 대부분 그곳이 아닌 저 어딘가, 를 향했지만. 땡깡을 부려 마운드에 오른 포볼 공장장이었지만. 나는 그때만큼은 최동원이고 싶었다. 그렇게 강속구를 뿌려댔으면 하는 바람. 아리랑볼 같은 마구로 타자를 꼼짝 없이 묶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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