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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싱글남의 크리스마스 푸념 며칠 전,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만났어. 형의 결혼식 때 봤으니 거의 1년하고도 3개월여만. 우리가 서로를 안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안 만난건 처음이었지. 물론, 중간에 연락은 몇번 취했지만, 대면은 정말 오랜만. 그새 살이 넉넉하게 붙었고, 그 덕인지, 좀더 후덕해졌더라. 그래도, 형은 여전했어. 그 웃는 모습과 특유의 스타일. 난, 형의 웃음을, 미소를, 참 좋아해.^^ 주거니 받거니. 우리는 쇠주를 놓고, 서로의 근황과 현실인식을 나눴지. 형과 난, 그러니까 11년 전, 미국땅에서 만났어. 형은, 우리가 그곳에서 통했던 걸, 서로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글쎄, 난 형이 멋있고 좋았어. 형이 없는 나로선, 그가 꼭 내 친형 같았거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린 거기서 이런저런 .. 더보기
이젠 진짜 안녕, 시네코아... "...이제 보니 우리 삶은 온통 죽음투성이였다. 모든 것은 떠나게 되어 있고 잊혀지게 되어 있었다. 나는 내 손에 들어오는 지폐에 빨간 동그라미 표시를 해서 그 지폐가 다시 돌아오는지 실험해보았다. 하지만 단 한 장도 돌아오지 않았다. 똥을 누고 물을 내리면서 나는 내 몸에서 나온 것이 영영 나로부터 멀어져가는구나, 하는 감상에 젖어 변기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는 그 모든 이별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의식하면서 치러냈다. 그 마지막엔 궁극적인 이별, 마침내 내 자신이 떠나고 잊혀지는 절차가 기다릴 것이었다..." - (조선희 지음)의 '한때 우리 신촌거리에서 만났지' 중에서 - 그랬다. 나는 내 추억 하나와 영영 안녕을 고했다. 이별의 순간. 9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길을 나서야 했고, 그 이별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