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아옌데를 위하여 (떠나요, 둘이서, 9월의 칠레로~)
요즘 '칠레', 하면 무사귀환부터 바라게 된다. 알다시피, 지하 700m 갱도에 갇힌 33인의 광부 때문이다. 8월5일에 갇혔으니 한 달도 넘었다. 구출작업도 늦어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는데, 3~4개월이 걸린단다. 다행이랄지, 8.8cm의 초큼한 구멍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 그들이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면서도, 8.8cm의 구멍을 통해서만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엉뚱하고 미안한 호기심도 든다.-.-;; 아울러, 그보다 더 험한(혹은 악랄한) 갱도에 빠진 우리를 생각한다. 칠레의 33인 광부는 구조된다는 기대라도 있지만, 현재의 내 심정은, 이땅의 갱도에선 아니다. 도리도리. 우리가 갇힌 갱도에는 8.8cm의 지름만큼도 안 되는 구멍이 있을 뿐이다. 하긴, 그거라도 어딘가 싶다.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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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9.11은 어떠하신가
오늘은, 9월11일. 날짜를 접하는 순간,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이, 바로 그, 9·11. 뉴욕에 자리한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힘없이 무너지던 그 광경. 그것은 아마, 21세기를 실질적으로 연 사건이었다. 그러니까 2001년 9월11일 이전까지는, 21세기가 진정으로 도래한 시점이 아니었던 듯 싶다. 그럼에도, 우리는 확인했다. 21세기가 왔다지만, 20세기의 야만이 현재진행형임을. 21세기가 우리에게 별천지를 선사할 것이 아님을. 그렇다. 그 9·11은 그렇게, 21세기의 인류의 첫번째 트라우마였다. 미국이 정의한 '테러'(분명 다른 입장에서는 어쩌면 '성전'이었을테니)의 이미지로 각인된. 불안과 공포를 무기로 권력과 대중의 보수화가 급격히 진전된. 하지만 그 9·11이 터지기 전까지,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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