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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공정무역'이 당신에게 던지는 이야기 한자락

매년 5월 둘째주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World Fair Trade Day)'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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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희한한 날도 다 있다구요? 그러게요, 하하.
우선, '공정무역이 대체 뭬야? 혹은 이건 왠 듣보잡?'하는 생각이 들죠?
뭐, 제가 아는 한에서 간단 말할게요.
생산자(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생산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격을 보장해주는 체계.
더불어, 이런 역할까지 곁들이죠.
생산자 공동체의 교육·의료 등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초과이익을 보장하고,
자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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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쉽게 말하라구요? ^^;
흠, 좋아요. 이 말을 인용하죠.
공정무역체계로 판매하는 것이 기존 방식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에 대한,
니카라과에서 커피 재배를 하는 농민인 블랑카 로사 몰리나의 답변.
"우리 식구가 밥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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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명이 어설펐지만,^^; 대충 감은 오죠?
'공정무역의 날'은,
이런 취지의 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해,
IFAT(국제공정무역연맹)에서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한 축제랍니다.

이번 한국의 행사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있었구요,
여성환경연대, 두레생협, ICOOP생협,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한국YMCA 등등이 참석했어요.
표어는, "공정무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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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축제의 현장, 아주 쪼금이지만 궁금하죠?
한번 쑤욱, 훑어볼까요?^^
넌, 뭐했냐구요?
찬찬히 보시면 알려드릴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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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초입부터,
자원봉사자로 추정되는 분들이 한껏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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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던 아저씨도 궁금하셨나봐요.
인포메이션에 묻더군요.
"뭐 하는 행사에요?" "공정무역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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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저씨는,
길을 거닐다말고, 공정무역 면화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계십니다.
그래요. 아주 작은 관심이 세계를 넓히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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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와와, 놀랬어요.
목화들이 이야길 던지기도 하구요,
공정무역 티셔츠가 막막 자기소개를 해요.
귀를 기울이면, 막 얘네들이 소근소근 재잘재잘 말을 건네요.*^^*

그래서일까요.
약간은 한산하던 돌담길에 차츰차츰 사람들이 늘어나요.
주말을 맞아, 시청으로, 덕수궁으로, 시립미술관을 찾아온 사람들이 발걸음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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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그렇게 늘어나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외국인들도 눈에 띄어요.
와, 역시나 이건 전세계인의 축제였어요. 하하.
우리 모두는 그렇게 지구인.
아, 난 외계인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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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역시 빠질 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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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풋풋한 청년들의 노래 공연도 있었구요.
아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무대 밑에서 리듬에 맞춰 쉴새 없이 장난을.ㅋ
노래, 참 신나더군요. 흥겹고, 심플하고.
비록, 당신에게 들려줄 수 없어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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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큰 가방을 만들어 다는 상징적인 행사도 있었지요.
공정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과 힘을 모으자는 취지였겠죠?
아주 작고 희미하지만, 나도 저기에 당신과 나의 마음을 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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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군의 청년들도 아주 열심이더군요.
나름 이벤트도 준비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딱딱하고 건조한 공정무역이 아닌, 재미나고 신나는 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한 노력 아니겠어요?
난 저들 나이 때엔, 저런 것들 생각도 못했어요.
무역을 전공했음에도, 공정무역이 있음을 알지도, 듣지도, 못했답니다.ㅠ.ㅠ
역시, 저들은 찌질하고 이젠 꼰대가 되가는 나보담 훨 나은 알흠다운 청년들이에요. 그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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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저 공간에 어떤 말을 채워넣고 싶으신가요?
생산자들을 향해, 기업들을 향해.
당신은 현명한 소비자니까, 이미 생각하고 있죠? *^.^*

공정무역 제품은 사실 아주아주 많아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2000개가 넘는 공정무역 인증제품이 있대요. 우와 우와.
물론, 이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지만요.
편견 갖진 마세요. 공정무역 제품이 꼬지고 후질 거라는 생각.
진짜 디자인 이쁘고 좋은 제품 많답니다.
내 사진술이나 편집술이 좋지 않은 탓으로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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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공정무역의 날에 뭔 헷짓거리를 했는지 이젠 알려드려야죠. 하하.
뭐, 나쁜 짓은 안 했어요.^^;
혹시, '착한 커피'라고 들어보셨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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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에서 동티모르산 커피 사업을 한답니다.
맞아요. 착한 커피 혹은 공정무역 커피.
피스(Peace)커피라는 이름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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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카페 티모르'라는 이름의 카페와 이동식 카페도 있지요.
이날 행사에는 이동식 카페가 출동, 사람들에게 향미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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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0시50분쯤 현장에 가서,
12시부터 문을 연 카페 티모르의 시다바리를 했지요.^^;
물론 난 바리스타가 아니래서, 커피를 제조하진 않았구요.
바리스타의 손에서 만들어진 커피의 뚜껑과 홀더를 끼워 사람들에게 배급하는 작업이 주였죠.
일종의 자원봉사이자, 실습이었는데,
정말 5시까지 거진 쉴 틈 없이 사람들이 오더라구요.
끝날 땐 정말 발도 아프고, 듁을 것 같았어요. 헥헥헥.

애로도 있었고,
생각컨대, 운영상의 헛점이나 공정무역 취지에 좀더 세밀한 접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래도 재미났어요. 신나구요. ^^
덕분에, '공정무역의 날' 행사도 참여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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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
의 저자,
마일즈 리트비노프와 존 메딜레이는, 이렇게 말하네요.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일은,
더 나은 그리고 더 관대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실천 방식."
이날, 커피를 마신 분을 포함해,
행사장에서 여러 제품을 구입하신 분들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더 나은 그리고 더 관대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하신 셈이에요.^.^
뭐, 쉽게 말해 좋은 일 한 셈이에요.ㅎㅎ

공정무역 제품을 만드는 그들도 말해요.
"우리는 원조가 필요없어요.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정당한 가격으로 우리의 생산물을 구입하기만 한다면,
 원조 없이도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멕시코의 한 농부-
그들은 대개 땅도 넓고 자원도 풍부해요. 1년 내내 뼈 빠지게 바지런하게 일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가난합니다. 가난은 대물림이고 세습이에요.
그 고리를 끊기 위해 필요한 건,
그래서 원조가 아닌, 공정한 거래죠.
그들보다 부자이고 돈이 많은 사람들의 시혜가 아닌.

그리고 소비자들도,
좋은 제품과 먹을거리를 먹을 권리가 있기에 이들의 제품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공정무역 제품은, 환경친화적인 제품이고 유기농이랍니다.
최근의 먹을거리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죠.

참참참, 무엇보다 오해하진 말아요.
나는 당신에게, 꼭 '공정무역 제품'만을 사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뭐, 일상에서 운동을 하자는 것도 아니구요.
가령 커피를 마셔도,
별다방도 좋고, 콩다방도, 파다방도 좋아요. 당신이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면 거기도 좋구요.
우린 질 좋고 맘에 드는 제품을 사고 마실 권리가 있는 소비자잖아요. ^^

말인즉슨,
우리가 어디서 커피 한잔을 마시든,
커피 한잔에 연결된 세계를, 이 세계의 작동원리를 잠깐이라도 생각하고 알면 좋다는 거죠.
마틴 루터 킹 목사도 그랬대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탁자에 앉아 남아메리카 사람들이 수확하는 커피를 마시거나
중국 사람들이 재배한 차를 마시거나 또는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재배한 코코아를 마신다.
우리는 일터로 나가기 전에 벌써 세계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나도 있잖아요. 시장경제 자체가 인간과 노동을 착취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힘과 자본의 불균형에 의해 혹은 장난에 의해 약한 경제주체를 착취하는 쉐이들이 있죠.
그런 공정하지 못한 시장경제가 나쁜 개새끼들이죠.

또, 공정무역을 악용하는 무리들도 그렇구요.
별다방(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농민들 보호를 위해 착한 커피를 구매한다고 써놓은 안내판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근데, 그넘들. 자신들이 파는 커피 가운데 아주 일부만 공정무역 커피랍니다.
2005년 스타벅스가 판매한 공정무역 커피는 전체 커피의 4%도 안된대요.
나름 커피 생산자 지원 계획을 갖고 있다지만, 그 노력이 뭐랄까.
일종의 면피 같은 것?

사실 나는,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세계를 바꾸자고 말할 배짱도, 신념도, 없어요.
도저하게 견고하고 딴딴한 이 세상의 체계와 그로부터 파생된 혹독한 현실을 바꾸는 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죠.

특히나 나처럼 체제순응적인 소심쟁이는요,
이상적이고 착한 세상이 올거라고 안 믿어요.
희망이라는 말도, 의심부터 하고 보는 놈이에요.
그 '희망'이라는 마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이고 속히는지.
차라리, 나는 세상이 더 나빠지거나 최악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놈이에요.
세상이 극도로 나빠지는 것만 막아도 선방하는 거라고.
공정무역에 대한 생각도 그래요.
세상이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대신 나는, 그런 건 있어요.
그 세계보다 더 큰 '당신'이라는 우주가, '나'라는 우주가 조금씩이라도 바꼈으면 좋겠어요.
그 오래전 누군가(들)로 인해,
조금씩이라도 바뀔 수 있었던 '나'라는 우주를 생각해보면.
당신의 우주와 나의 우주가 서로 공존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이 세계의 가혹함과 절망을 공유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우주에서만큼은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즐거울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뿌려지길.

그게 다에요.
당신과 나의 우주는, 안드로메다와 지구 사이가 아니라는 것.ㅎㅎ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5월10일 공정무역의 날 행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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