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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정은임, 다시 불러본 그 이름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특히 아주 젊어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죠? 그들은 더 이상 실수나 과오가 없을 테고요, 또 배신도 변절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너무 변하는 세상, 믿지 못할 사람들 속에서 결코 변하지 않을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 전 우리 가슴속에 묻힌 후에 그는 한 번도 우리를 배신한 적이 없죠. 리버 피닉스. 피닉스라는 그의 성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23세. 그때 죽었지만 그렇게 참 불사조처럼 우리 마음속엔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있네요.

-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중에서 -



다시 불러본 이름, 정은임입니다. 
누나는 리버 피닉스를 이야기했지만, 
지금 우리는 정은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말 못하는 우리는 정은임이 그립습니다

그러니까,
누나는 자신이 말한 것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될줄은 몰랐을 겁니다.
실수나 과오가 없는 것은 물론,
배신도 변절도 하지 않으며,
너무 변하고 믿지 못할 사람들 속에서 결코 변하지 않을 그 사람, 정은임.


그런 정은임을 그리워하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이었지요. 은임 피닉스.
 
지난 4일, 아름다운가게 동숭동헌책방.
정은임의 목소리를 들었고,
정은임의 흔적을 마주대했으며,
정은임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온오프로 만났습니다.


정은임을 기억하는 팬들의 페이지인 www.worldost.com,의
박유정님은 그리 말했습니다.
"1년내 그녀를 추억하지만, 1년에 한번 드러내놓고 온전히 추억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합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추모바자회 행사장에 늦게 도착한 바람에,
다소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은임 누나는 여전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누나는 여전히 우리의 심장박동을 뛰게 만들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6년이라는 시간, 희한하게 버텨왔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도,
어언 6회째를 맞이했고요.  
2회 바자회부터 참석한 저는, 
일 년에 한 번, 특별한 조직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하루를 만드는, 
가장 보통의 '정은임 빠순빠돌이'들이 참 좋습니다. 
나이도, 직업도, 가족관계도 잘 모르지만, 각자 은임 누나를 품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로도 충분한 사람들입니다.
 
매년 8월4일 즈음이면 마음시계가 향하는 곳, 정은임입니다.
올해도 무사히 마쳤고,
대철님, 혜영님, 병배님, 더불어 1회부터 행사 기획을 하고 공간제공을 위해 묵묵히 도와주신 아름다운가게의 솔강 남재석님. 
애 많이 쓰셨고, 
함께 은임 누나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1년 후 다시 이 '아름다운 하루'가 열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1년 후 다시 정은임을 가슴에서 끄집어내서 추억할 겁니다. 

이번에는 결의를 좀 했습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똬리를 튼 정은임을 끄집어내보자고.
'정은임 추모문집'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우리 각자의 정은임.
정은임은 이 세상에 없지만,
세상에는 또 다른 정은임이 곳곳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정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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