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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공유와 공동체)

[서유기 Vol.12] 소용없는 것의 소용에 대하여

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소용없는 것의 소용에 대하여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호수마을 풍림아파트 123동 1층 폐가구 하치장에는 5단 높이의 선반 2개가 있습니다. 그저 그런 선반이라면 뚝. 그러나 이 선반, 마술(?)을 부립니다. 말하자면, 생명의 마술. 선반엔 주민들이 가져 온, 더는 쓰지 않는 온갖 것들이 놓여 있어요. 어쩌면 잉여가 돼 버린, 무쓸모의, 소용없는 것, 생명을 잃은 것. 아, 슬퍼라.ㅠ.ㅠ

그런데, 선반은 마술사! 이곳 주민이라면 선반에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데요. 누군가에겐 무쓸모가, 누군가에겐 쓸모가 되어 생명을 얻습니다. '선반 프로젝트'로 호명된 이것을 진행한 커뮤니케이션 아티스트 손민아씨, 아나바다 운동이나 녹색가게, 벼룩시장과 선반 프로젝트의 다른 점을 '생명'에서 찾습니다. 앞선 것들은 물건을 자원으로 보기에 싼값이라도 돈이 들어가나, 선반엔 누군가의 소용에 의해 '생명'을 얻어간다는 것. 아, 좋아라. :)

이 작은 실험은 단조로운 아파트 일상에 작은 변화의 바람을 가져왔대요. 각자의 보는 관점에 따라 새롭게 창조되거나 생명을 얻는다는 걸 알게 됐고요. 마을살이를 한다는 건, 아는 걸 넘어 느끼고, 느끼는 것 너머 마을의 어느 하나도 제 소용을 지니지 않은 게 없음을 깨닫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 소용을 발하며 마을공동체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다면 우리네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자, 이제 당신의 아파트에, 당신의 마을에 당장 할 수 있는 무엇이 생겼어요. 선반 프로젝트!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에 두근거림이 다가오고, 잉여에서 생명을 길어내는 어떤 순간을 감식하는 기적. 이제 곧 없어질지도 모르는 생각과 사소한 일이 갑자기 빛나 보이는 마을살이. 소용없는 것의 소용에 대하여. 우리, 그렇게 감탄하면서 살아요. 참, 서울 마을공동체 풀뿌리모임 카페의 도메인이 www.maeulnet.net도 가능하게 됐어요. 소용을 만들었으니, 함께 이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