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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공유와 공동체)

[서유기 Vol.16] '마을 오지라퍼', 마을을 헤집다!

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마을 오지라퍼', 마을을 헤집다!

지난 9일, 동작구 성대골에 발을 디뎠어요. '마을탐방 : 마을을 가다'를 통해 처음 발 디딘 성대골. 토요일인데도 시장통을 끼고 있어서인지 시끌시끌합니다. '와, 마을다운 걸~' 생각하면서 두리번 두리번.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유호근 사무국장의 인도(?)하에 공동육아터 '해와달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성대골어린이도서관, 성대골별난공작소, 마을카페 사이시옷 등과 인사했어요.

마을을 온몸과 오감으로 받아들였던 여름날의 토요일. 성대골은 그렇게 이웃들이 서로 힘을 모아 마을공동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데요. 성대골의 꿈 하나도 듣게 되었죠. 협동조합 거리! 마을카페 사이시옷, 성대골별난공작소 등이 자리한 그 길에서 성대골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재능을 엮어 10개의 협동조합을 2014년까지 만드는 것. 그것을 말하는 유호근 사무국장의 눈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협동과 나눔, 관계와 연계가 일상적으로 흩뿌려진 거리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지지 않나요?

그 담대한(!) 계획에 자리한 유호근 사무국장. 그는 카페 사이시옷에서 커피를 직접 내리는 바리스타이면서 별난공작소에선 아버지를 목수로 일하게 만들었습니다. 협동조합 거리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짜면서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갑니다. 그를 보고 생각했어요. '아, 마을엔 '마을 오지라퍼'가 필요하구나.' 오지라퍼,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마을 활동가 혹은 마을 코디네이터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마을 오지라퍼라고 부르고 싶어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잔~, 짱가 같은 오지라퍼. 당신의 마을에는 어떤 마을 오지라퍼가 있나요? 오지라퍼가 마을을 헤집어 놓을 때, 마을은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참 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오랜 세월 300여 가구 달동네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으나 철거라는 철퇴를 맞고 40여 가구만 남은 상도4동 철거마을. 그분들이 정성스레 기른 채소로 범벅한 비빔밥이었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그 비빔밥을 '철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철거될 수 없는 그 무엇이, 바로 삶일 수는 없을까요?

시원한 여름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 그 여름비가 당신의 무더위와 슬픔도 씻어주길.그렇게, 너에게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