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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구럼비 우는 날, 기형도 떠난 날 구럼비 구럼비가 우는 날. 43톤의 폭약으로 기어코 울리고야 만다. 무식하고 잔인하다. 야만적이다. 64년 전 4.3항쟁을 재연하고야 만다. 구럼비가 운다. 기형도 그날은 (기)형도의 기일. 23주기인데. 한 편 띄운다. 구럼비 때문이라도 꽃 한 잔 생각나는 봄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구럼비 때문에라도. 내 靈魂(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2009/03/07 - 기형도는 봄이다... 더보기
3월7일 기형도 나는 사실 기형도를 잘 모른다. 그의 시집이든 산문 한권을 제대로 읽은 적도 없고, 그의 시 한편을 제대로 외우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그의 생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는 내게 그저 풍문이고 풍월이었다. 간혹 어떤 자리에서 그는 회자됐고 죽음 혹은 세상과 호흡하던 시절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줏어 들었을 뿐이었다. 3월7일은 어쨌든 그의 기일이다. 18주기. 누군가는 80년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가장 빛나는 전구라고 일컬었다. 1989년의 3월7일. 앞선달 2월16일 김정일의 생일과 같은 날 태어났던 기형도. 서른을 채우지 않은 채 마감했던 생. 1989년, 만29세. 그 아홉(9)의 나열이 어쩐지 채우지 못한 생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한치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었을 법한 거리에서 그만 힘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