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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혜화동, 홍세화 선생님

오늘(3월30일) 여러 기분 좋은 사건 가운데,
가장 째지게 좋은 사건. 당신에게 속살속살하고픈 이야기.

아마, 당신도 이 얘길 들으면 함께 꺄아~하고 소릴 지르지 않았을까.

퇴근길, 지하철을 타고 혜화,동으로 향하던 길.
2호선에서 4호선을 갈아타는 통로 앞.
앗, 낯익은 얼굴. 갑자기 커진 동공.

홍세화 선생님!!!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버나드 쇼의 묘비명),
하는 후회에 대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꾸벅 인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그러니까,
1년 하고도 3개월여 전의 만남을 말씀드렸더니, 마침 선생님도 기억 나셨나봐. ^^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스스로 묻는 소수와 함께


마침 선생님께서는,
대학로에 사회풍자연극인 <택시 택시>를 보러 가시는 길.
나의 목적지도 대학로에 있었기에,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말씀을 나눴어.

사모님께서는 다행히 치유되고 있다고 하셨고,
작년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구독 이야길 풀었으며, 
가산동에 공정무역 커피하우스를 열었음을 알려드렸고,
혁명과 사회적 담론이 오가는 커피하우스에 대한 이야길 나눴어.

재밌는 건,
선생님을 조만간 꼭 뵐 일이 있었다는 거야.
곧 추진하는 프로젝트 첫 시작이 선생님이라, 만나뵙고 부탁드리려 했었어. 
마침 4월9일, 사회적기업가학교 입학식 특강이 예정돼 있으셔서,
이 자리에서 뵙고 부탁드리려 했는데, 쇠뿔도 단김에 뺐지. 
승낙을 받았어, 야호~ 


뭐 어쩌다 그 짧은 시간, 개인적인 이야기도 잠시 나누게 됐는데,
새롭게 안 사실은, 선생님 따님이 나랑 동갑이라는 거야. 허허.
현재 프랑스에 있는 선생님 따님은 결혼을 안 한 상태인데,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딸이) 결혼은 안 해도 좋은데, 아이는 꼭 낳아봤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되어 본다는 것, 그건 꼭 해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보고 들은 선생님의 눈빛과 목소리는 그것이 진정임을 알려줬고,
순간, 존경할 만한 노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가 괜히 뿌듯해진 거지.  

내가 아는 멋진 여성, 물론 선생님도 알고 계신 목수정씨 이야길 잠시 했고,
미모채집자에 미모밝힘증을 가진 나는 번뜩 이런 불순한 생각도 했어.
'아, 이런 멋진 분 따님이라면, 까짓 여자 얼굴 안 보고 결혼 할 수 있겠다. 온전하게 장인어른만 보고 말이지. 캬캬'

시민연대계약이 떠올랐고,
아주 간혹 생각을 해 본, 결혼 않고 아빠가 되는 것을 다시 끄집어내 봤어.
혹시 그렇게 된다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난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ㅋ

선생님을 다시 만난 아직은 쌀쌀한 봄날의 풍경.
집으로 가는 길, 한때 내 봄날을 장식하곤 했던 후리지아를 오랜만에 샀어.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 밤 9시 1000원으로 내려가는 후리지아 한단.
내일 커피하우스에 꽂아둬야지!

이날, 하울이(내 오래된 휴대폰 이름)가 참 좋아했었어.
내가 선생님 전화번호를 땄고,
그닥 많은 사람 담고 싶지 않은 녀석에게 선생님 전화번호를 알려줬거든.
삑삑 거리며 그 번호를 담으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녀석, 너도 참 좋았구나. 토닥토닥. ^.^

(지)하철이가 아주 간혹 주는 선물에 행복했던 하루.

선생님, 9일에 다시 뵐게요~
약속드렸던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 잘 볶아서 가져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