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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공유와 공동체)

[서유기 Vol.18] 단골집이 있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하여

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단골집이 있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하여

(* 일정 등에서 일부 '오타'가 있어서 다시 보냅니다. 미안합니다. 저, 여름 꼴딱~ 먹었나 봐요. ㅠ.ㅠ)

이탈리아 볼로냐. 협동조합 도시로 널리 알려진 그곳은 대학도시, 아동도서전으로도 유명하고요. 뭣보다 제가 가장 끌리는 건 '미식'의 고장이라는 점인데요. 1954년 볼로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게리타 바의 친구들>. 이 영화, 마게리타 바를 찾는 별의별 인간 군상이 다채롭게 등장합니다. 한마디로 '단골'들. 결혼식 전날 다른 여자에게 뿅 가서 파경에 이른 남자, 사기죄로 감옥 간 사람, 젊은 피아노 선생에게 빠져 개인교습을 받는 영감님, 가수의 꿈을 가진 친구를 골려 먹는 꼴통. 그 이력하곤, 휘유~ 화려합니다.

헌데 이들의 관계, 재밌습니다. 마게리타 바를 중심으로 지지고 볶는 건 일상다반사. 그런 와중에 이 단골들, 1년에 한 번 단체사진을 찍어 유대감을 유지합니다. 이런 마을 단골집, 절로 웃음이 나고, 생각만 해도 포근해요. 볼로냐의 숨겨진 매력인가 싶기도 하고요. 역시 단골집 하나 정도 있어야 삶이 눅눅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건축가 황두진은 말합니다. "술집이건 밥집이건 찻집이건 단골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게다가 그 집이 오래되었거나 적어도 앞으로 오래될 거시라면 그 행복은 더욱 커진다." 

어때요? 동감? 콜? 말 없어도 내 취향과 기분을 알아서 커피를 내놓고, 지금 돈이 없어도 부담없이 외상을 하며, 오래 죽치고 있어도 딴지 안 거는 단골집. 나도 결국은 그 집의 풍경이나 소품이 되는 단골집.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단골집. 거대자본 프랜차이즈의 획일화된 것보다 마을의 필요와 요구,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된 단골집. 

마을공동체엔 그런 단골집, 있겠죠? 한 번 둘러보세요. 당신에겐 어떤 단골집이 있는지. 혹시 없다면 그런 단골집 만드는 건 어때요? 마을평상에 소개한 <카모메식당>도 한 번 보시고요. 볼로냐에 가면 마게리타 바에도 들러 봐야겠어요. 볼로냐의 미식도 꼭 맞보고요. 참고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에 의하면, 탐식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이며, 미식은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자는 것"이래요. :) 

제 기준이지만,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한 세 가지!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맛있는 커피! 
당신에겐 어떤 세 가지가 있나요? '네 가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