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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올해의 인물, '조병준'... 고맙습니다

여기저기 쏟아지는, 연말 특집.
올해의 사건사고('10대 뉴스'란 익숙한 제목!), 올해의 인물,  그리고 이런저런 명목의 시상식. 그렇다면, 나도 살짝 걸쳐야 되지 않겠나.

그래서 나도, 칼 하나를 뽑았다. '올해의 인물'.
지극히 편협하고, 사소한 취향의 끌림에 따르고, 누구의 압력도 받지 않은 선정. 이른바 '내 꼴리는대로'. '타임'에서 뽑아대는 인물만이, '올해의 인물'은 아니올시다. 전 지구적 지명도나,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뭐, 유명세 같은 것도 노 필요. 

두두둥. 그래서,
조.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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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배경이 궁금하다규?
올해 숱하게 만난, 이 사람 저 사람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만남'이기 때문이다. 뭐, '의미'라는 레토릭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의미있는' 대신에, '즐거운' '행복한' '알싸한' 등으로 바꿔도 무방하니까. 아니면, '기억에 남는'이라던가. 어떤 레토릭을 붙여도 좋지만, '올해의 인물'은 어쨌든 조.병.준.

찬바람이 슬슬 불어오던 때였다.
조병준 선생님을 처음 눈 앞에서 만난 것은. 11월13일. 그날은 또한, 전태일 열사의 37주기였다. 임종진 선배의 첫번째 개인 사진전을 보러갔던 날. 뒷풀이가 진행되고 있었고, 불쑥 우리 자리에 나타난 한명의 자유인. 처음엔 몰라봤다. 내가 좋아하던 작가 조.병.준.인줄 몰랐다. "그러고도 팬 맞아?"하고 깔깔대도 할 말은, 없다.^^; 10년 가량, 마음 속에서만 좋아하던 작가를 눈앞에서 알현하다니.

질펀한 술자리에서 나는 즐겁고 또 즐거웠다.
글과 마찬가지로, 조병준 선생님의 영혼은 자유로웠다. 나는, 그 알싸한 자유의 냄새에 흠뻑 잦아들었지비. 또한 유쾌했다. 구린내 나는 권위 같은 건, 시궁창에 내던진 예술가의 향취랄까. 선생님은 얼마전 생애 첫 시집을 냈고, 여전히 지긋지긋한 글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광석을 따라 불렀다. 선생님에겐, 여전히 여행이 묻어있었고, 사랑이 방글방글. 결혼하지 않은, 비혼 노총각의 아우라도 이리 아름다울 수 있으니. 내 마음이 충만했던, 아름다웠던 시간.

선생님을 만난 건, 올해가 준 선물.
선생님의 덜렁덜렁한, 슬렁슬렁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마음 씀씀이가 나는 좋았더랬다. 나는 교과서를 좋아하지 않지만, 조병준 교과서라면 우적우적 씹어먹어도 좋으리. 사람 만나기의 즐거움은, 이런 경우 아니겠는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런 말,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아. 개나 소나 만난다고 다 좋은 건, 누구를 만나도 좋지 않다는 말과 똑같은 게지. 새 친구를 만나 사귀는 기쁨을 알려준 선생님에게 감사.

조병준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후, 저녁 한끼 먹자는 말씀에, 외할머니 제사 때문에 못했지만, 나는 다시 선생님을 만날 설렘을 갖고 있다.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아야할텐데. 부디 2008년에도, 그 경쾌함과 자유의 냄새를 흠뻑 흩뿌려주시길. 세상에 뿌려진, 조병준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해요~

참, '올해의 인물' 수상자에겐 무엇을 시상하냐고? 뭐, 그냥 내 고마운 마음.ㅋㅋㅋ

2007/11/14 -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 조병준 그리고 임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