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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조병준 그리고 임종진

어제, 전태일 열사의 37주기, 조병준을 만났다.
그저 덤덤하게 '만났다'고 말한 것 같지만, 실은 아니다. 그 '만났다'에는, 좋아서 꺄아아악~~ 소리라도 지르고픈 심정이 담겨 있다. 췟, 조병준이 누구길래? 하고 콧방귀를 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바로 당신이 콧방귀를 낀, 그 조병준의 팬이다. 차마 '열혈'이라는 말까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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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oon6078)에서 빌려(?) 온 그의 사진


조병준은 작가다.
숱하게 글을 토해냈고, 나는 그의 책들을 즐겨 읽었다. 특히 세기말과 세기초 무렵. 그 어느날,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라는 책이 내게로 왔다. 인도 캘거타 의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하나씩 끄집어낸  책이다. 그 묘사와 풍경이 너무 살가워서, 나는 대뜸 인도가, 캘거타가 그리워졌다. 가보지도 못한 곳을 그리워하다니. 무엇보다, 책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 때문에 나는, 인도를 처음 찾았다. 물론 당연히 캘거타를 가야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짧은 일주일여, 나는 델리를 누볐다. 인도에 빠졌다. 일주일, 인도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이다. 어쨌든, 나에게 캘거타는 여전히 숙제다. 언젠가 꼭 가야할 땅.

조병준은 그렇게 시작됐다.
앞선 책과 동체나 다름없는,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은 박가서장의 절판으로 사지 못하다가, 그린비의 재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안도했다. 두 권을 손에 넣어서. 두 권은 2005년에 한권으로 묶여 개정판이 나왔다.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 그리고 또 다른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이건 조병준을 구성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을 읽고선,  내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되새김질했다. 나는, 그들이 있기에 살아숨쉬고 있었다. 나도 그들을 엮어보고 싶었다. <<당신이 있어, 난 행복해 ^^>>라는 제목까지 생각해놨다. 물론 아직 시작도 못했다. 머리에만 맴돌뿐.  

조병준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친구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책은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조병준이 있다.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이 땅이 아름다운 이유>>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나는 조병준을 통해, 또 다른 세계와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꿈을 꾸고 있다.

그 외에도,
조병준의 문화적 상상력이 날개를 폈던 <<나눔 나눔 나눔>>을 품고 있고, <<따뜻한 슬픔:조병준, 사진으로 사랑을 노래하다>>을 만나고 싶으며, 무엇보다 첫 번째 시집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을 갖고 싶다. 한동안 뜸했던 그를, 직접 만나게 되면서 갑자기 불타오르는 느낌이랄까.

나는 조병준을 흠모했다.
그의 글을 따뜻했고, 그의 글은 착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아마 흠모 글쟁이를 꼽으라면, 나는 고종석과 조병준을 들 수 있겠다. 전혀 다른 층위를 걷는 두 사람이지만, 공통점을 뽑아내자면, 그들에게선 자유의 냄새가 난다. 나는 그 냄새를 좋아한다. 으흠.

한동안 조병준에 대해 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얼마전, <브로크백 마운틴> 재개봉 사실과 관련된, 그의 글(Dear. Jack & Enis)을 우연찮게 마주대했다. 갑자기 조병준이 살아돌아왔다. 블로그(조병준의 내 마음의 지도)까지 알게 됐다. 우연찮게 다시 조병준을 접하게 된 마당에, 눈 앞에 조병준을 만났으니, 그 마음이야 오죽하리오.

조병준과의 술자리는 유쾌했다.
강문이형의 권유로 따라간 <임종진 북녘사진전-사는거이 뭐 다 똑같디요>가 계기였다. 첫날 사진전이 파하고, 뒷풀이가 있었다. 처음엔 누군지 몰랐다. 뒷풀이 다른 팀에 늦게 오셨고, 그 팀이 파한 후, 우리에게 합류했다. 조.병.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오오오오... 1차 마치고 집에 가려고 했던 계획은 완전 수정. 나는 조병준을 택했다. 시종일관 유쾌했고, 그 방랑자의 체취가 좋았다.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은 책에 나온 사진과 같았다. 술도 잘 마시더라. 생이란 그런 것 아니겠어.

그리고 임종진.
조병준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사진전을 연 사람. 월간 말과 한겨레의 (사진)기자였고, 이번이 첫번째 개인전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국회에서 열리는 북한 사진전이라. 그 의미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는 북한에서도 꽤나 유명하단다. 과거 양심수 송환 시에 유일하게 북쪽에서 초대받은 사진기자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는 유일한 사진기자"라는 북쪽 기관원의 말을 듣기도 했단다. 뭐, 그런 레떼르는 중요치 않다. 그에게서도 역시 '사람'내음이 풀풀 풍겼다. 그는 수줍어했고, 감성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눈물이 많은 사람 같았다. '기자'보다는 '작가'에 어울릴법한 사람.
☞ 임종진 북녘사진전: 사는 거이 뭐 다 똑같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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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임종진은 느렸다.
자신도 그렇게 말했다. '느린 천성',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는 내년이면 캄보디아를 간다고 그랬다. 1년 예정으로. 나보다 형인 그 역시, 아직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 느리지만,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천천히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같이 그 자리에서 있었던 한 형이 나에게 그랬다. "(종진이는)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준비해왔거든. 거기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었는지 알아? 나는 쭈욱 봐 왔거든.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까지 종진이가 한 노력을..."

임종진이 부러웠다.
그리고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내 것'을 만든다는 작업에 흥미를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내 것' 작업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고민과 노력을 담아내고 흡수하고 싶단 생각도 한다. '사라지는 것'과 '생애 첫 내 것'에 대한 이야기.

임종진을 캄보디아에서.
술 자리에서 사람들은 내년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함께 보자는 말을 했다. 진짜 이뤄질지, 그저 농담으로 지나갈지, 내년이 돼봐야 알겠지만, 나는 다시 캄보디아를 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임종진 in 캄보디아'를 만나기 위해. 그는 캄보디아의 느림과 어떻게 조응하고 있을까.

참, 전시회의 마스코트 같았던 북녘 아가씨, 아니 이젠 아줌마로 바뀌었다는 사진의 주인공 이름은 '장류진'이라고 했다. 그 수줍은 미소가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흘러나온 선율을 따라 (김)광석이형 노래를 따라했던 합창은 참으로 므훗한 풍경이었다. 예술가들과의 자리가 즐거운 이유.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가 함께하는 자리.

여행을 좋아한다면, 자유와 감성, 그리고 세계를 감식하고 싶다면,
너에게, 조병준을 권한다. 아울러, 임종진도.


나는, 당신들을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