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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미디어

[한뼘] 희망은 어디에 서식하고 있더라?

대개의 '주류'미디어들이 전파하는 희망은 대개 기만적이다. 세상은 엔간하면 달라지지 않는다. 조금만 세상을 파고들어도 그건 쉽게 알 수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는 건 그저 자기 위안이다.

주류 미디어들이 설파하는 '희망'이란 자신들의 안위를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다. 그들이 담아내는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깨달음이라곤 당최 찾아볼 수 없는 정치인들, 자신의 탐욕을 경쟁이라는 수사로 포장해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업인들, 개인의 생을 너무도 쉽게 짓뭉개는 조직들...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예전엔 눈 감고 행했던 악행들도 이제 눈 딱 뜨고 행할 정도가 세상이 바뀐 정도?

뭐 미디어를 비롯, 누구도 예전엔 그렇지 않았으리라. 갈기머리 휘날리면서 용맹스런 근육의 박동을 무기로 초원을 달렸으리라. 어느덧 그들처럼 나이를 먹어가고 근육이 풀리고 있는 내가 지금 바라는 것은 그저 '꼰대'가 되질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 공허한 희망의 수사를 남발하지 않는 것. 그저 묵묵히 견디고 버티는 것. 내 열여덟살의 횃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자그마한 불씨라도 완전 꺼뜨리지 않는 것.

"...그들도 열여덟살 때는 단지 유행의 빛나는 횃불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부모가 지탱하는 체제를 타도하고 그것을 끝내 우애에 기초한 낙원으로 바꾸어놓겠다고 결심한 대담한 혁명가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간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온건한 보수주의 가운데 어느 것 하나로 몸을 덮히고 근육을 풀었다. 따라서 그들이 과거 혁명에 애착을 갖던 것처럼 지금 애착을 갖고 있는 그 신념과 관행들은 시간이 흐르면 가장 외설적이고 반동적인 종류의 순수한 자기중심주의로 변해갈 것이다..."

- 주제 사라마구, <<눈뜬 자들의 도시>>, 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