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돼지털 싱글스토리

싱글의 좋은 점?

올 가을엔,
결혼식 갈 일 없다 했더니.
이런 킁, 역시 그냥 넘어가진 않더라니. 줸장.

친하지 않은 고등학교 동창놈의 결혼식장엘 끌려갔다.

그 자리를 찾은 친구들이 불렀다. 끝나고 술한잔 하자는 차가운 유혹. 이런 시베리아들.-.+ 마침 식장 근처에 있었던 탓에, 저녁도 때우고 술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결혼식장엘 갔었지. 친구 어머니도 오시고, '넌 결혼 언제하냐'는 식상한 질문이 역시나, 훌쩍 넘어온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뭐? 그저 웃으면서 '어머니가 소개해주세요~ '라는 애교성 멘트. ^^;

결혼식은 성대하더군.
화환은 넘치고, 화환에 적힌 명단 역시 기름기가 좔좔. 뭐 나야 밥만 잘 먹으면 되니까, 신경쓸거 없고. 결혼한 녀석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친구놈은 스토리를 좔좔좔. 그 녀석 어머님의 엄청 까다롭고 무척 깐깐한 며느리 선택지에 대해. 이른바 '조건'이라는 이름의 저울. 그 얘길 들으면서, 저울에 올라가 간택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여성을 상상해봤다. 뭐, 어차피 난 믿지 않아. '조건없는 결혼'. 하다못해, '그대 내 마음에 들어오면' '사랑만 있으면'도 조건이지 뭐야. 흠, 말이 또 샜군. 그 결혼에 악담하자는 건 절대 아니고.^^; 어쨌든, 고르고 골랐단다. 그 많은 조건 중 한가지 결함이 있었지만, 그 하나는 넘어가줬다는군. 어지간한 집안인가,보다 했더니, 역시나. 신부도 이른바 재원. 브라보~ 그러나, 그 녀석이 결혼을, 신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어머니의 선택이었던 셈.

술 한잔 하자,
는 말이 나와서 코스 끝나자마자 훌쩍. 밥은 훌륭했다. 아니 스테이크. 와인까지 곁들여서. 그런 결혼식이라면 언제든 축하 가능해. 열번이라도!!^^; 장소를 옮겼고, 오랜만에 만난지라, 여타저타 궁시렁이 쏟아진다. 같이 한 두 친구는 유부남들. 한 친구는 아이가 있고, 다른 하나는 없다. 아내와의 결혼생활, 다섯쌀 딸아이에 대한 거침없는(!) 사랑을 얘기하던 이들도 한번 으례적으로 묻는다. "쉐이야, 니는 결혼 안하냐?" 이럴 땐 방법이 있다. 소개해달라고 땡깡쓴다. 그러면 놈들은 항상 이런 식의 결말이다. "니는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뿌라. 연애나 하면서."

물론, 예전엔 그렇지 않았지.
퇴적물이 쌓이면 지층이 변한다규. 거부할 수 없는 세월에 동화되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것이 사람. 그건 당연한 거야. 그들 역시 일상을 묵묵히 견디고 버티고 있다규! 어디 부동산을 사면 돈이 될 것인지, 음식점을 하면 돈이 왕창 벌 수 있을지, 그들은 한참 핏대를 올리더군. 나야, 묵묵히 듣는거지. 추임새나 넣으면서. 얼쑤~

문득, 생각이 나더군.
넘들이 방자한 혈기와 기력으로 기성세대의 세계와 유리된 채 살아갈 것만 같던 시기.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들을 지탱하는건, 한편으론 가족이고 한편으론 돈이지.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들이 이전과 달라보이는 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거야. 삶의 1순위는 내가 아닌,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이 돼버렸는걸. 다른 누구보다 우선순위를 둬야한다는 끈적한 기대 혹은 고정관념. 자신을 돌아보기엔, 이 정글이 너무 엄혹해. 그러다가, 가족이 나락에 빠질 수 있거든. 그래도 나는 저놈들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혼자만의 자위. 적어도 내 삶의 1순위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롯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1급수만 먹고 사는 내 펭귄 생수통 ^^;


싱글은 좀더 그렇다.

외로운 것이 무엇인지, 고독과 어떻게하면 친구를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좀더 집중하고 잘 들여다볼 수 있지. 그러면서 좋은 것을 만들 수 있고, 물론 실패할 수도 있어. 실패를 해도, 어쩌면 지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품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런 과정이 괴로울 수도 있지만, 이 엄혹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수도. 그렇다고 오해는 마. 난 싱글이 좋다고 무조건 예찬만 하는 게 아니라규. 싱글이어서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거야. ^.^

나는 한편으로,
'싱글'은 어쩌면, 결혼이나 연인 유무에 따른 레떼르가 아니고, 엄혹한 정글에서 단독자로서 자신을 지키고 생을 꾸려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자신의 존재증명을 하는 것. 즉,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그것들이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을 타인들에게 증명하는 것. 그런 자들에게 붙여줄 수 있지. 당신은 멋진 싱글~ 당신 삶의 1순위에게 축배를~~ 타이틀 딱 나오네. 정글에서 싱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