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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털 싱글스토리

싱글, 네 멋대로 행복하라

엊그제 만난 친구 녀석. 녀석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이른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 범주에서 포함돼 있는 셈이다. 간혹 만나는 녀석이다보니, 녀석은 날 만나자마자 늘 같은 걸 묻는다(하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상투적으로 이 말을 던진다). "좋은 소식 있어?"

'좋은 소식'이라함은 물론 예상하는 대로다. 혹시 결혼이라도 하냐 이거지.
물론 늘 아니라고, 그만 물어보라구, 그런 거 있음 내가 먼저 말한다,라는 식으로 답변하지만,
좀 지겹기도 하고, 어쩌다 짜증나는 순간도 있고, 원하는 소식을 못 전해줘서 미안한 감정이 들 때도 있다. 뭐 그렇다고 지금 좋은 소식 안고갈 여지도 없지만.ㅋ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순이 있고, 틀이 있다. 녀석도 그 수순이 당연한 것이라고 살았을테니, 그리고 살고 있으니, 또 나도 녀석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니, 무리는 없다. 그냥 '퉁' 쳐버리는 거지. 나는 그 틀이 그닥 탐탁찮으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하니까.

얼마 전 읽은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에 뉴요커로서 살아가는 정명주씨의 말.
"한국에서는 대학 졸업하면 직장 구하고 다음에는 결혼하는 식으로, 어떤 나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해진 틀이 있잖아요. 하지만 뉴욕에서는 그런 강요 없이 내가 원하는 틀은 내가 만들어요. 뉴욕은 사람을 자율적이게 만드는 도시죠. 뉴욕에서는 내가 나일 수 있어요."

하여튼 녀석과 블라블라 하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아이 이야기까지 전개됐다.

평소에 가진 생각 중의 하나지만,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녀석은 대뜸 "그럼 왜 결혼하려고 하는데?"라고 이상한 듯 묻는다.

그냥 구구절절 부연하기 싫어서,
둘이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했더니.
'아이 없는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하고 무력한 것인지' 설명한다. ^^; 아이가 결혼의 목적인양.
아직 상투도 못 튼, 어린 내가 그냥 받아들여야지. ^^; 
녀석의 궤적과 세계를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상책.

DNA는 역시 종족번식의 욕망 유전자를 갖고 있나보다.
하긴 어릴 때 받은 교육도 그랬다. 결혼은 2세를 보고, 인류의 존속을 위한 행위라고.
우~ 종족번식을 위한 결혼이라니. 별로다. 개인의 욕망을 거세한 조직논리.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 흥미없다.

지난 주말, 모처럼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 역시 그랬다.
모처럼의 회동이어서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여행을 뺏긴 것 같은 기분.
아이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아이 중심으로 모든 것은 돌아간다.
시선과 화제는 아이에게 향하며, 아이는 한마디로 권력이다. 아이의 몸짓, 말짓 하나에 우리는 휩쓸린다. 우리네 이야기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들이 그닥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들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워야 할 권리가 있는데. 킁.

뭐, 그래서,

앞으로 철딱서니 없는 싱글의 넋두리가 시작되겠다.
싱글라이프. 대수로울 것도,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넋두리.

나에게 결혼하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결혼하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이들에게,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며 어차피 후회할 거 한번 해보라고 바람넣는 이들에게,
혹은,
결혼하지 말라고 권하는 이들에게,
(경제적)능력만 되면 혼자 살면서 연애만 하라고 권하는 이들에게,
네 멋대로 살아보라고 등을 토닥거리는 이들에게,

그 모두에게.

'싱글이라서(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전개될지,
'결혼하지 않아서 후회된다'라고 한숨쉴지,
나도 모른다. 난 독신주의자는 아니니까.
단지 '지금-현재' 결혼에 별다른 뜻이 없을 뿐.
내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는 발걸음을 딛고 싶을 뿐.

행복하자구. 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