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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털 싱글스토리

결혼 말고 사랑

살다보니까, 그런 틀이 있더라. 어느 연령대에선 이래야 하고,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땅엔 '적령기'라는 이름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더군.

사실 몰랐어. 때가 돼서 학교는 당연히 가야하는 걸로 알았고, 대학에 안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줄 알았고, 졸업하면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고, 직장을 구하면 결혼을 해야 하는 줄로 알았고, 결혼을 하면 애를 낳아야 하는 식으로. 그때 나는 별로 의심치 않았다. 아니 관성이었던 게지. 뭘 알았겠어. 이건 무슨 수학공식 같잖아. 정해진 틀에 맞춰서 답을 구해야하는.

명절을 앞두고 사실 이런 기사 나온 것도 우습고, 의심스러워. ☞ 배우자 없으면 자살 비중 높아
대체 이런 기사를 쓰는 건 대체 무슨 의도야. 명절이 미혼·비혼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만 하면서. 정부의 의도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배우자'는 꼭 결혼제도에 속한 사람이어야 가능한 타이틀이야? 결혼 안하고 배우자 있으면 안돼? 설혹 그렇다손 치자. 그렇담 혹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의도하건 그렇지않건, 이상하게 취급하고 따돌리면서 자살로 유도하는 풍토가 있는건 아닐까, 나는 의심스러워.

나는 궁금해. 사람들은, 사회는 왜왜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결혼하라"고 말을 할까. "결혼 언제 하냐"고 묻지 말고, "사랑 언제 하냐"고 물으면 안되겠니? 사회가 제시하는 어떤 공식 같은 획일적인 삶의 방식은 그래서 숨이 막혀. 엇비슷한 모습으로 지탱하는 삶은 비루하고 시시해 보이기도 해. 물론 그렇지 않은 생도 분명 있겠지만. 예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하면 돼. 물론 그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틀이나 강요가 아닌, 자신의 템포로,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공식에 끼워 맞춰진 삶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으로.

얼마전 만난, 사회에서 말하는 이른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한 친구는 그러더군. "대한민국 남자들은 지구상에서 최악의 신랑감인데, 왜 결혼해야 해?" 뭐 딱히 반박할 말이 없더군. 다른 나라 남자들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땅의 수컷들이 펴낸 악행의 자서전을 펼쳐보자면 대충 맞는 말이지 않을까? 그 대한민국 남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일정부분 인정할 건 인정하지.ㅋ 그래, 결혼하지 않아도 좋단다. 네가 너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지. 그러다 혹시 최악의 수컷들 중에 예외적인 옥석을 찾아내서 행복해지고 그 필요성을 느낀다면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 남들이, 사회가 결혼하라고 강요해서 하는 건 내가 봐도 아냐.

오늘 학부형인 한 사람이 묻더라. 결혼여부를 묻길래, 아직 안(못) 했다고 했더니, 대뜸 하는 질문의 요지가 이래. "친구들은 이제 학부형 되고 이럴텐데, 넌 언제 학부형 될래?" 이거야. 쿨럭. 오지랖도 넓으셔라. "별 걱정을 다하시네. 당신 아이나 잘 키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찰랑찰랑~. 악의가 없단 건 알지만, 나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겠지만, 오버하는 거잖아. 남이사. 결혼을 하건 말건, 학부형이 되건 말건. 사실 그것도 그 사람도 그 수학공식처럼 짜여진 틀이 있다고 훈육된 결과지. 무슨 죄가 있겠어.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건, 가끔은 피곤해. 그 테두리가 절대적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엇비슷한 공식을 갖고, 틀안에 갇힌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그닥 재밌지 않아. 생각이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철 없다고 단정 지으니. 나, 철 없어도 좋고, 무거워서 철 같은 건 들 수도 없으니 철 찾고 싶으면 포스코에나 가세요~

아, 싱글은 사실 약간은, 괴로워. 그러니 결혼하라고 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해줘. 나 수학을 그닥 좋아하질 않아서, 정해진 수학공식 같은 거 별로 풀고 싶지 않거든. 그냥 나는 나만의 공식 만들래. 스윙보이의 공식. 여긴 물론 답 없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