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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절로 좋아지지 않기에, 나는 노력해야만 한다! 함세웅 신부의 증언을 듣자니, 분노를 넘어 슬픔이 뚝뚝 묻어난다. 여전히 껍데기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아니, 한층 더 두터워진 껍데기가 세상을 에워싼 느낌으로 인해. 도저한 절망의 시절을 ‘여전히’ 우리는 관통하고 있구나. 껍데기는 왜 이다지도 견고한가. 변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금의 풍경이구나. 그러니까, 이것은 분노의 기록이라기보다 슬픔의 기록이다. “껍데기는 가라”고 읊조린 신동엽 시인의 시절을 생각했다. 내가 겪지 못한 그때. 시인이 “가라”고 외친 덕이었으리라. 독재와 군사적 긴장이 야기한 거짓과 위선, 불의 등은 꼬리를 내렸다. 詩의 힘은 그렇게 세다. 詩에 공명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던 덕분이리라. 인민들이 기어코 바라던 것이 이뤄졌다(고 착각했다). 평화와 민주주.. 더보기
낭만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늦어도 11월에는.독일 작가, 한스 에리히 노삭의 이 소설, 죽기 전에 꼭 진심 뱉고 싶은 이 한마디가 툭 던져집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이 '안전'하기만 바라며 하루하루 버텨왔던 재벌가의 며느리 마리안네. 처음 만난 낯선 남자 묀켄이 건넨 그 한마디에 재벌가 생활 따위 내팽개치고 남자를 따라나서는 여자. 그야말로, '미친' 낭만. 뭐, 낭만? 현실 감각 없는 무능력자들이 술 한 잔에 기대어 부리는 치기 정도로 전락한 '낭만 소멸의 시대'. 칼럼니스트 김경이 전한 독일 철학자 프레데릭 바이저의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화를 낭만화하라]에 의하면, 초기 낭만주의자의 미학적 혁명은 당대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정치적 운동의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세계를 낭만화한다는 것은.. 더보기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가을이 끝났다. 겨울이 시작됐다. 오늘, 비 온 뒤 온도가 '뚝' 떨어져서가 아니다. 2012년의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계절은 그렇게 바뀌었다. 눈물 난다. 1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20년 만의 우승은 산산조각났다. 준플레이오프 승리로 충분하다고 설레발 쳤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노떼가 지는 야구, 겨울이 뜨는 신호. 이젠 야구 없는 계절, 겨울. 겨울을 맞으라. 야구 없는 계절, 아다치 미쓰루의 를 꺼내든다. 노떼 자얀츠, 너 없이 살겠지만.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챔피언이었고 여전히 챔피언이다. 물론, 노떼 자얀츠 아닌 노떼 자얀츠 팬들 말이다. 더보기
눈물 난다,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승리 : 나는 부산 갈매기다! 눈물 난다. 이런 가을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고 진심 담긴 뻥 치고 싶다). 13년 만이다.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드디어'라는 말, 이럴 때 쓰라고 있었구나. 이것이 바로 가을의 '드라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내 30대를 슬픔 속에 소진한 뒤 끝물에 이렇게 달궈주시다니. 노떼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의 승리에 미친 듯 좋아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부산 남자다. 부산 갈매기다. 사직야구장에서 '부산 갈매기' 미친 듯이 부르고 싶어 죽것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만, 그래도 남은 바람이라면, 1992년,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20대와 30대의 암흑기를 한방에 날려버릴 우승. 씨바, 자이언츠 때문에 산다! 더보기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에 어떻게 먹히는가! 이런 경우일 수 있겠다.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의기투합에 의해 독립(자주)적으로 만들어지던 영화의 현장이었다. 헌데, 거기에 상업영화 시스템이 얹어졌다. 자본(+행정)이 투하됐다는 얘기다. 상업영화 시스템, 은근히 압박하고 대놓고 협박한다. 상업영화 시스템을 따르라고 한다. 일정 부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칠게 윽박지르진 않아도, 이런 뉘앙스로 해석된다. "독립? 쥐뿔(돈)도 없는 새끼들이 무슨. 썅." 독립(자율성)은 쫓겨날 처지다. 자, 투항이냐, 변방에서 계속 독립을 외칠 것이냐. 그러나 그 독립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애초 찍던 영화가 아닌 아예 다른 영화를 찍는 것이 될 것이다.자주적으로 했던 그 모든 구상과 기획, 설계는 상업영화의 것으로 고스란히 편입될 것이다. 괴물을 .. 더보기
“‘교육불가능의 시대’, 교사는 그래서 더 필요하다!” “‘교육불가능의 시대’, 교사는 그래서 더 필요하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안준철 프랑스영화 . 참교육을 꿈꾸고 꾀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알려진 영화다. 프랑스어 교사 마랭과 다루기 쉽지 않은 학생들의 교감과 갈등을 그렸다. 설명은 쉽다. 영화는 그러나 현실과 다름없이 치열하다. 전쟁이다. 생생하다. 긴장감이 돈다. 알다시피, 학교의 속성. 그 속에서 교육은 끊임없이 갱신을 꿈꾼다. 과연 교육은 무엇일까. 교사는 가르치고 주고 싶다. 학생은 그렇지 않다. 뭘 그따위 것을 주느냐며 빈틈만 있으면 딴 짓을 한다. 엇갈림은 그렇게 발생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향해 격려와 존중을 내보이는 교사가 있다. 그에게 차츰 마음을 열어보이다가도 이내 반발하는 학생들도 있다. 가 그렇다. 마랭은 아이.. 더보기
[저자와의 만남] '짐승' 같은 중학생 자녀 어쩌죠? 사춘기 자녀 부모에게 필요한 도는? “냅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의 멘토 부모 되기』 고봉익 중학생. 어쩌면,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통제가 어려운 시기. 럭비공 같은 때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이 시절의 남자 중학생을 ‘짐승’이라는 말에 빗댄다. 그만큼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는데다 어떻게 행동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얘기렷다. 이성보다 감정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때 유행했던 말 중에 ‘중2병’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가진 심리를 빗댄 말이다. ‘나는 남과 다르다’ ‘너희들이 뭘 알아’ ‘나는 이미 세상을 잘 알아’와 같은 허세가 풍만한 시기. 반항과 멋 부리기 등이 특징이다. 그만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 더보기
[서유기 Vol.23] 상상, 마을 롹 페스티벌! 마을공동체풀뿌리모임 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상상, 마을 롹페스티벌! 가 개봉한대요. 기사를 보고선, 심장이 두근, 했습니다. 밥 말리. 노래로 평화와 인류의 하나됨을 꿈꾼, 1981년 5월, 서른 여섯의 나이로 요절한 레게혁명꾼. 작렬하는 태양과 푸른 파도를 품은 레게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노래꾼. 가난하고 비참했던 시절, 울음과 함께 시작한 노래로 평화를 끊임없이 갈구한 그를 스크린으로 만날 생각을 하니, 두근. 그러고 보니 여름은 음악이자, 노래입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관심을 덜 뒀던 비틀스의 철학자 '조지 해리슨'을 담은 을 내놨고, 최근 개봉했죠. 영국으로 이어가면, 올림픽. 개막식을 이끈 건, 영국 팝(노래)이었죠. 롤링스톤스, 더 후, 퀸, 셱스.. 더보기
8월4일 그날, 심장이 시켜서 하는 일…정든님 정은임 8년 전부터 이맘 때면, 심장이 시켜서 하는 일이 있어요. 느닷 없이 닥쳐온 사건에 심장은 때론 격하게 반응을 하죠. 그리고 특정 시간을 품은 심장은 때가 되면 몸과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 말을 다시 되씹어야 했던 그날. 2004년 8월4일.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꽃을 먼저 꺾어 식탁을 장식하듯, 신은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먼저 데려가 천국을 장식하신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울었습니다. 당시 울면서 썼던 누나에 대한 추모. ☞ 라디오시대 마지막 스타가 떠났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가 할 수 있는 일. 슬픔을 참고 견뎌내는 일 외에 그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 추모바자회를 열고 있습니다. 매년 8월4일, 1년에 단 하루, 심장이 시켜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 추모바자회를 열고 있어요. .. 더보기
[서유기 Vol.18] 단골집이 있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하여 마을공동체풀뿌리모임 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단골집이 있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하여 (* 일정 등에서 일부 '오타'가 있어서 다시 보냅니다. 미안합니다. 저, 여름 꼴딱~ 먹었나 봐요. ㅠ.ㅠ) 이탈리아 볼로냐. 협동조합 도시로 널리 알려진 그곳은 대학도시, 아동도서전으로도 유명하고요. 뭣보다 제가 가장 끌리는 건 '미식'의 고장이라는 점인데요. 1954년 볼로냐를 배경으로 한 영화 . 이 영화, 마게리타 바를 찾는 별의별 인간 군상이 다채롭게 등장합니다. 한마디로 '단골'들. 결혼식 전날 다른 여자에게 뿅 가서 파경에 이른 남자, 사기죄로 감옥 간 사람, 젊은 피아노 선생에게 빠져 개인교습을 받는 영감님, 가수의 꿈을 가진 친구를 골려 먹는 꼴통. 그 이력하곤, 휘유~ 화려합니다... 더보기